가계빚 더 조일까...숨죽인 재건축시장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전경. /사진=뉴스1

“매수 대기자들이 최근 잇따라 거래를 유보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은마아파트는 정부의 ‘8·2 부동산대책’ 시행 이후 시세가 회복되던 단지여서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분위기였는데 가계부채종합대책 발표가 임박하면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는 심리가 강해졌습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은마아파트 인근 A 공인중개소 관계자)
　
오는 24일 정부의 가계부채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재건축 아파트시장이 숨을 죽이고 있다. 정부의 8·2대책 발표 이후 시세급락을 딛고 반등하던 주요 단지들에서 관망세가 짙어진 것이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20일 기준 전주 대비 0.23% 상승했다. 이는 추석 연휴 직후(0.36%)보다 0.13%포인트 떨어진 것인데 가계부채종합대책 발표와 재건축조합원 재당첨 제한 시행일을 앞두고 매수 문의가 줄었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인근 A 중개소 관계자는 “정부 대책발표를 의식하면서 거래가 줄었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월별 최고가 기준) 조회에 따르면 은마 전용 76.79㎡는 7월 13억8000만원(역대 최고가), 8월 12억6000만원, 9월 13억5000만원, 10월 13억3700만원을 나타냈다. 매도호가는 14억원도 등장했다.
　
은마는 49층 초고층 재건축 정비계획이 서울시 심의에서 ‘미심의’ 판정을 받은 지난 8월 시세가 급락했다가 최근 회복세를 보였다. 높이를 낮추고 사업을 빨리 진척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은마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주부터 기존 49층 정비계획안과 서울시 높이 기준에 맞춘 최고 35층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주민동의서 접수를 시작했다.
　
지난달 잠실5단지 50층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시 심의를 사실상 통과하면서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거래가 주춤한 것으로 전해진다.
　
잠실5단지 주변 B중개업소 관계자 “가계부채종합대책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인데 호가는 빠지지 않고 있다”며 “대책 발표 이후 명확한 시장의 반응이 확인될 것”이라고 했다. 이 아파트 전용 76.5㎡는 지난달 역대 최고가인 16억원에 매매됐지만, 이달은 아직 실거래 신고가 없다.
　
다음달 재건축연한(30년)을 채우는 노원구 상계주공 5단지 소재 C 중개소 관계자는 “시세가 많이 오른 데다 정부 대책 발표를 앞둬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며 “정부의 재건축 규제 의지가 강해 거래심리가 완전히 회복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상계주공 5단지 전용 31.98㎡는 7월에 역대 최고가인 3억7000만원에 거래된 후 8월 3억1000만원, 9월 3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만 해도 3억원을 넘지 못했지만 올해 저층(5층) 단지가 지닌 희소성과 재건축 기대감에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