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코엑스, '세입자' 전시회 베끼기 논란

서울 강남구 코엑스(COEX) 전경 / 사진제공=뉴스1

코엑스가 중소 전시주최사들이 발굴 및 육성해온 전시회와 유사한 행사를 내놓으면서 ‘베끼기’ 논란에 휩싸였다. 코엑스가 전시주최사를 상대로 임대료를 급격히 높이는 동시에 같은 공간에서 유사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전시산업계 ‘건물주의 횡포’라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엑스는 다음달 3~6일 코엑스 A홀에서 ‘코엑스 베이비페어’를 주최한다. 임신과 태교, 출산, 유아교육, 안전, 먹거리 등 영유아 물품을 소개하고 국내 영유아 관련 산업 발전 및 국제화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같은 곳에서 매년 2차례 개최되는 민간 전시주최사의 ‘베이비페어’와 명칭과 내용 면에서 유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000년 시작한 ‘베이비페어’가 지난 32회에 관람객 9만여명이 몰리는 대형 전시회로 성장하자 코엑스가 ‘베끼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코엑스의 ‘베끼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코엑스는 2012년 ‘커피엑스포’를 열며 ‘서울카페쇼’를 모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02년 아시아 최초 커피 전문 전시회로 개최된 ‘서울카페쇼’는 지난해 41개국 580여개 커피 및 카페 관련 업체가 참가하는 국제 행사로 성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코엑스는 중소 전시사업자를 대상으로 임대료까지 대폭 높여 ‘건물주의 횡포’라는 논란을 부추겼다. 기존 전시회와 유사 콘텐츠를 선보이는 동시에 기존 중소 전시사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높여 자사에 유리한 경쟁환경을 조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엑스 전시장의 기본 임대료는 1㎡당 2190원으로 3년 전인 2014년(1860원/1㎡)과 비교해 15.2% 올랐다. 여기에 시기에 따라 임대료를 할증하거나 할인하는 ‘월별 임대료 등차율’이 변경·적용되면서 이 기간 일부 전시회 임대료는 44.1~48.2%까지 올랐다.

또 올해부터 유사 전시회 이격기간을 1개월로 대폭 줄이면서 코엑스의 ‘베끼기’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엑스는 지난 4월부터 유사 품목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전시회(퍼블릭쇼)와 B2B(기업간 거래) 전시회(트레이드쇼) 이격기간을 각각 3개월, 6개월에서 모두 1개월로 줄였다.

한 중소 전시주최사 관계자는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중소 전시주최사가 ‘건물주’인 코엑스와 유사 콘텐츠로 경쟁해 살아남기는 어렵다”며 “전시주최사의 95%가 중소기업으로 임대운영권을 가진 코엑스를 상대로 전전긍긍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현행법상 전시산업발전사업의 주관기관인 한국무역협회와 자회사 코엑스에 대해 법률상 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한길의 문정구 변호사는 “무역협회 및 협회가 전액 출자한 코엑스는 전시사업간 중복으로 과당경쟁 우려가 있는 경우 조율할 의무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보호대상인 전시주최사의 전시회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전시회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전시산업발전법상 지위와 부합하지 않고 법률상 의무 위반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엑스 관계자는 “다양한 주제 및 소재가 결합한 융·복합 전시회가 늘고 있다”며 “이름이 유사하다고 이들 전시회를 모두 같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육아 관련 전시회는 전국적으로 50건 이상 개최된다”며 “이들도 다 베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유사 전시회 이격기간 단축에 대해선 “융·복합 전시회가 늘어나는 전시업계 추세를 고려했다”며 “전시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