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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끝은 경주?…옛 상인을 따라 걷다

국내 최고령 고갯길 '하늘재'로 '소백산맥'을 넘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입력 : 2017.10.26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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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 걷기 인문학' 참가자들이 정성권 동국대 강사의 강연에 귀기울이고 있다. /사진=구유나 기자
'옛길 걷기 인문학' 참가자들이 정성권 동국대 강사의 강연에 귀기울이고 있다. /사진=구유나 기자

인문학 위로 한 '걸음' 떼보자. 인문학은 읽고, 보고, 듣는 정적인 학문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가 될 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어쩌면 아침마다 산책하던 흙길과 흩어져 있는 돌무더기에도 수백, 수천 년 전 특별한 이야기가 담겼을지 모른다.

지난 22일 경북 문경에서 조금 특별한 인문학 강좌가 열렸다. 김천에서 온 주민 40여 명은 울긋불긋한 소백산맥을 넘으며 단풍놀이객들과 함께 감탄을 자아내다가도 진지한 표정으로 '길'의 역사에 귀기울였다.

2014년부터 시행 중인 '옛길 걷기 인문학'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일환이다. 도서관협회는 매년 도서관을 선정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길(탐방)과 인문학(강연)을 접목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올해는 '실크로드'를 주제로 경주, 그리고 경북 지역 이동로와 인접한 지역 도서관 4곳(포항시립포은중앙도서관, 단양도서관, 대구광역시립중앙도서관, 김천시립도서관)이 선정됐다. 최근 학계에서는 동·서양을 잇는 교역로였던 고대 실크로드의 종착지가 중국 장안이 아니라 경주였다는 설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이 함께 경북 문경 하늘재(계립령)를 걷고 있다. /사진=구유나 기자
참가자들이 함께 경북 문경 하늘재(계립령)를 걷고 있다. /사진=구유나 기자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던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와 경주 지역 삼국시대 유적에서는 양 국 간의 교류 흔적이 남아있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7세기 궁전 터에는 고구려인 추정 벽화가 발견됐다. 경주 사찰터와 무덤 등에서는 서역인상과 고대 로마 양식의 유리잔과 뿔잔 등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됐다 .지난 5월 경주 월성 발굴조사에서도 소그드(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걸쳐 흐르는 제라프샨 강 유역)인으로 추정되는 터번 쓴 토우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이날 일정은 김천시립도서관에서 열린 조성금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와 김수일 성결대 강사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조 강사는 "우즈벡에 남아있는 한반도 사절상의 경우 7세기 후반(650~655년) 고구려에서 보낸 사절이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라며 "나·당 동맹 이후 고구려가 '강국'(소그드)과 동맹을 모색했다는 기록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당시 서역인들은 어떤 길을 통해 경주로 갔을까. 오후부터는 우리나라 기록상 최초의 고갯길인 경북 문경 하늘재(계립령)을 걸으며 강연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하늘재는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대원지에서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까지 연결되는 고갯길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아달라왕 3년(156년)에 개통됐다.

정성권 동국대 강사는 "하늘재는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했던 길목 중 하나로, 소백산맥을 가장 완만하게 넘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중앙아시아에서 경주까지 실크로드를 건너온 상인이었다면 이 길을 이용했음 직하다.

참가자들이 미륵리 절터에서 경기도 관현악단 소속 이신혜(아쟁), 김태한(장구) 연주자의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구유나 기자
참가자들이 미륵리 절터에서 경기도 관현악단 소속 이신혜(아쟁), 김태한(장구) 연주자의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구유나 기자

고갯길을 지나다 보면 원(院)터와 절터로 구성된 충주 미륵리대원지가 나온다. 원터는 주춧돌만 남았고, 절터의 주존불인 석불입상(보물 제96호)는 아쉽게도 공사중이지만 장소의 규모를 가늠하기에는 충분하다. 정 강사는 "신도도 찾아오지 않는 첩첩산중에 이렇게 큰 절이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며 "파주 '혜음사신창기'에 미루어 보면 호랑이와 도적으로부터 백성을 지키기 위해, 또 왕이 행차할 때 쉬어갈 목적으로 지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절터에서 듣는 경기도국악관현악단의 대금(정도영), 아쟁(이신혜), 장구(김태한) 연주는 오가는 이들의 박수를 자아냈다. 이정애(55)·김명식(57)씨 부부는 "(김천이라는) 가까운 지역에 살면서도 문경새재만 갔지 하늘재라는 멋진 길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회사원 신순미씨(48)는 "평소 박물관에서 유물을 보기만 하다가 직접 현장을 걷고 설명을 들으니 이게 바로 과거(역사)와 현재가 만나는 순간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도서관협회는 '실크로드 종착지 경주설'에 근거한 '옛길 걷기 인문학' 프로그램을 경상도 지역뿐만 아니라 구간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향후 북한 지역까지 연장될 수 있도록 시도할 계획이다.

구유나
구유나 yunak@mt.co.kr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국제부/티타임즈 구유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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