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형' R&D 기획 추진…기초연구 '실패' 판정 폐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연구자 중심 R&D 프로세스 혁신 토론회' 를 개최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br>

앞으로 국가 R&D(연구·개발) 연구과제 기획 시 다수의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하는 ‘크라우드형’ 기획 방식이 도입된다. 또 기초연구 부문에서 성공과 실패로 구분짓는 최종평가제를 폐지하고, 부실한 성과평가를 방지할 ‘분야별 전문평가단’을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연구자 중심 R&D프로세스 혁신’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알프스 TF(태스크포스)의 ‘과제 기획-선정-평가-보상 프로세스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알프스는 R&D 프로세스의 줄임말로, 기초·원천 분야 R&D를 중심으로 현장의 애로 사항을 발굴하고, 연구에 불필요한 행정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과기정통부(9명), 한국연구재단(7명), 연구자(7명) 등 총 23명으로 구성·운영된 TF다.

알프스 TF의 김연수 충남대 신약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정부는 1, 2차 정부 R&D 혁신방안을 수립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정부주도 기획, 단기적 성과관리 등 연구자의 창의성 발휘를 제한하는 제반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며 알프스TF 출범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알프스 TF는 기초·원천 R&D와 관련된 1000명의 연구자를 대상으로 R&D 프로세스의 문제점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전문가 토론회 등을 거쳐 관련 개선책을 이날 제시했다.


알프스 TF의 혁신방안에 따르면, 우선 ‘과제기획’의 경우, 현재 소수 전문가 집단이 기획을 주도하고, 연구계획요구서(RFP) 연구방법론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짜도록 주문해 창의적·도전적 연구를 하지 못하게 막는 걸림돌이 됐다는 진단이다.

TF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상시 온라인 기술수요조사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산·학·연 전문가 워크숍 등을 통해 다수가 기획에 참여하는 크라우드형 기획을 도입하는 등 개방형 집단 기획 문화를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또 간소화된 RFP 표준 양식을 마련하고, 사업별 고유내용 위주로 핵심사항만 기재토록 했다.

‘과제 선정’에선 상피제(동일기관·연구원 평가배제) 때문에 연구실적이 없는 교수들이 심사에 참여하고, 특정 학연 등 인맥에 의해 선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TF는 평가과제 선정의 공정성·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피평가자에게 평가위원 명단과 종합의견을 사후에 공개토록 하고, 학회 및 단체 등 외부기관의 평가위원 추천 등을 통해 평가자 구성을 개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피제 완화와 함께 연간 100억원 이상의 대형·국가 전략과제는 평가위원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자는 의견도 더했다.

전문성 확보를 위해 우수 논문게시자로 이뤄진 정예화된 분야별 우수평가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연구자에게 2~4개월 전에 평가일을 사전 안내해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고도 했다.

‘과제 관리’ 과정에서 TF는 연차평가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컨설팅 방식으로 전환하고, 기초연구는 ‘실패’ 판정을 폐지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평가환경을 조성하자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 매년 새로 체결해야 지원받을 수 있던 연구비를 1회 체결로 3년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 ‘그랜트 제도’를 도입하자고 건의했다.

이밖에 연구성과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기 연구목표 달성시 인센티브 부여, 우수성과 창출 시 후속연구 지원 확대 등 정당한 보상체계를 마련하자고 덧붙였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혁신방안은 단기성과 중심의 추격형, 정부 주도형으로 추진돼 온 기존 연구개발 지원 방식의 틀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며 “연구개발의 모든 과정에서 연구자가 창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모험적인 연구에 도전할 수 있도록 현장 연구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과제기획-선정-평가-보상 프로세스 혁신방안’은 향후 경제관계장관회의 보고, 연구현장 설명회,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심의 등을 거쳐 내달 중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