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 "고대영 '국정원 뒷돈 받고 不보도'…고발방침'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가 24일 서울 여의도 KBS 새노조 대회의실에서 고대영 KBS 사장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10.24/뉴스1 © News1 최동현 기자

고대영 KBS 사장이 보도국장이었던 지난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조사에 대한 국정원 개입 의혹' 보도를 막는 대가로 국정원으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자체조사 결과 고대영 사장이 200만원을 받고 불(不)보도했을 신빙성이 있다'며 '관련자를 특정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선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새노조)는 24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연구관리동 1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KBS 구성원 93%의 불신임을 받아온 현직 사장이 단돈 200만원에 KBS 뉴스를 팔았다"면서 "전례 없는 저널리즘 파괴행위"라고 규탄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국정원 개혁위)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조사결과를 보고 받고 KBS 담당 정보관(IO·Intelligence Officer) 이모씨가 당시 고대영 보도국장에게 접근해 2009년 5월 7일자 조선일보의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기사에 대한 불보도를 협조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고 보도국장에게 불보도 협조 명목으로 현금 200만원을 집행한 것에 대한 예산신청서·자금결산서 및 담당 정보관의 진술도 확보했다.

실제로 당일 MBC는 조선일보의 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제기를 메인뉴스로 집중보도한 반면 KBS는 단 한 건의 기사도 보도하지 않았다.

국정원 개혁위는 "KBS 보도국장의 현금 수수와 ‘院(국정원) 수사개입 의혹’ 불보도 행위는 뇌물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국정원에 검찰 수사 의뢰를 권고한 상태다.

KBS 새노조도 즉각 자체 진상조사를 벌인 뒤 "국정원 개혁위가 발표한 의혹이 신빙성이 있다"면서 "25일 예정된 정기 이사회와 26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국정감사에서 고 사장에 대한 의혹이 밝혀지지 않으면 관련자를 특정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성재호 KBS 새노조 본부장은 "2009년 당시 불보도 사건 직후 고 사장은 KBS 구성원 93%의 불신임을 받고도 버젓이 고위직을 꿰차고 돈 문제로 구설에 오르더니 또 한 번 KBS 얼굴에 먹칠했다"고 한탄했다.

김준범 KBS 새노조 대외협력국장도 "이씨가 어떤 방법으로 고 사장에게 돈을 전달했는지, 전달하긴 했는지가 핵심"이라며 "노조의 자체조사 결과 당시 KBS에서 관련 기사가 한 건도 보도되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KBS 측은 '당시 기자들이 기사작성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도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며 "하지만 당시 사건을 담당한 기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KBS 법조기자들이 관련 사건에 대한 보고를 한 차례 올렸을 뿐 아니라 KBS정치외교부 기자가 단신뉴스를 작성했지만 이유 없이 보도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어제 밝혀진 국정원의 Δ예산신청서 Δ자금결산서 Δ담당 IO 이모씨의 진술을 토대로 볼 때 당시 국정원과 고 사장의 돈거래가 일회성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일상적으로 이런 뒷거래가 있을 수 있는 정황까지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혹이 사실이라면 고 사장에 대해 '수뢰후부정처사·직권남용 공동정점·방송법 위반'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며 "수뢰후부정처사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S 새노조는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조사에 대한 국정원 개입 의혹'에 대한 보고를 윗선에 올렸던 당시 KBS 법조팀 기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관련자들을 특정할 방침이다.

이어 25일과 26일 예정된 KBS 정기이사회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국정감사에서 의혹에 대한 실체가 밝혀지지 않을 경우 직접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한편 고 사장은 전날 KBS 회사 명의로 자료를 내고 '국정원 개혁위의 발표는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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