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과 여의도 사이… '촛불 1주년' 어디로?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2017 에버트 인권상' 선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촛불1주년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스1

지난해 10월29일부터 올해 4월까지 23차례에 걸쳐 촛불집회를 주관해 박근혜 정부 퇴진을 이끌어낸 시민단체들이 오는 28일 광화문광장에서 다시금 촛불을 들지만, 반발여론이 격해지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퇴진행동)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촛불1주년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8일 오후 6시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 1주년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인권중심사람 등이 모인 단체다.

하지만 곧장 온라인을 중심으로 '광화문 가지말라' '누구를 위한 촛불이냐' 등 이들에 대한 비판여론이 불거졌다.

◇"광화문에서 모인다" vs "청와대 포위 말고 여의도 가자"
논란이 된 부분은 1주년 기념 촛불집회의 장소다.

퇴진행동 측은 '1주년 기념'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지난해 촛불집회의 중심지 광화문에서 집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반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들을 비판하는 이들은 여의도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9일 박진 퇴진행동 팀장은 CBS시사자키에 출연해 "청와대를 가는 건, 다시 한 번 옛날을 더듬는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편으로는 국회가 문제를 못 풀고 있는데, 밤에 여의도까지 가기에는 길이 멀어 상징적으로 청와대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퇴진행동 측에 대한 비판여론이 빗발쳤다. 비판여론을 주도하는 이들은 주로 문 대통령을 비롯 현 정부 지지자들로 추측된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를 몰아낸 뒤 현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퇴진행동 측은 청와대 주변을 '포위'하는 촛불집회를 하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또 28일 퇴진행동 측이 주도하는 광화문 촛불집회에 가지말라고 홍보하는 한편, 또 다른 1주년 촛불집회인 '자발적 축하집회 1주년 촛불파티'(촛불파티)를 기획했다. 촛불파티는 퇴진행동이 추진하는 것과 같은 날인 28일 열린다. 장소는 여의도로, 국회 일처리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자발적 축하집회 1주년 촛불파티'(촛불파티)라는 이름의 촛불집회. 퇴진행동이 추진하는 것과 같은 날인 28일 열리지만, 장소는 광화문이 아닌 여의도다. /사진=트위터 캡처

이에 대해 25일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전화에서 "지난 촛불집회들에서 청와대 행진이 하이라이트였던 만큼, 이를 기념하며 재현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또 "현재도 어려운 국면에 있다는 걸 환기하는 한편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나 좋은 정책들에 계속 앞장서줄 것을 '당부'하는 목적이었는데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촛불집회는 국민 모두의 것이므로, 지적이 있는 만큼 행진 코스 등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소는 광화문으로 고정하되, 청와대 주변 행진 제외를 고려 중이라는 것. 그는 "적폐세력인 자유한국당 비판행사를 광화문광장서 병행 진행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으며, 오늘(25일) 중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진행동 측을 비판하는 이들이 만든 온라인 홍보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촛불도둑?… "기념비 세우고 설문해서 사용처 정할 예정"
'촛불파티'를 기획한 이들은 '촛불도둑'이라며 퇴진행동 측을 비난하고 있다. 비판의 내용은 '시민성금 12억원'과 '독일 에버트 인권상 상금'을 어디에 사용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 예정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퇴진행동 측은 "12억원 중 촛불집회를 하고 남은 돈으로 기념비를 세울 예정이며, 에버트 인권상 관련 수상금은 설문을 통해 사용처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촛불기념비는 광화문광장 북단에 설치될 예정으로, 현재는 전문가와 큐레이터들의 노력이 필요해 조정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