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대회 폐막 현장에서] "이젠 마오쩌둥급" '1인권력'…시진핑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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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1시7분 경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 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 진행을 맡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당장(중국공산당 당헌)에 반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에 대한 반대와 기권자를 차례로 묻자, "반대 없다"는 답변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이어 시 주석이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2336명의 당원 대표와 초청 참석자들이 일제히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5년 된 시 주석의 통치사상이 중화인민공화국(중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린 마오쩌둥과 같은 격으로 올라서는 순간이다.

안건이 처리되는 동안 시 주석의 양쪽에 앉은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은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왼쪽에 앉은 고령의 장 전 주석은 간간이 돋보기로 안건 자료를 들여다봤고, 오른쪽에 앉은 후 전 주석은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발표자료를 꼼꼼히 볼 뿐이었다.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권력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는 시 주석의 질주 앞에 왠지 움츠러든 모습처럼 보였다.

이번 당장 개정은 시 주석의 '1인 권력'이 얼마나 공고히 다져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날 당 대회는 '중국공산당 당장 수정안'에 대한 결의에서 "당규약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세 가지 대표' 중요사상, 과학적 발전관과 함께 당의 활동지침으로 확립하는 데 한결같이 동의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이름이 사상이라는 표현으로 명기되면서 '이론'에 머문 덩샤오핑을 뛰어넘어 마오쩌둥급의 권위를 인정받게 된 셈이다. 장쩌민 전 주석의 '삼개대표론', 후진타오 전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은 아예 주창자 이름없이 내용만 담겨 있다.

시진핑 사상이라는 표현뿐 아니라 시 주석이 강조해온 '4개 전면'(샤오캉사회 건설, 개혁심화, 의법치국(법치주의), 종엄치당(엄격한 당 관리))과 '5위 일체'(경제, 정치, 문화, 사회, 생태문명 건설)의 정신도 상당한 분량으로 개정안에 반영됐다.


당장은 중국 정부보다 우위에 있는 중국 공산당의 헌법 격이다. 여기서 가장 높은 수준의 사상으로 언급됐다는 것은 당원들이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가 된다는 의미다. 시 주석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당 대회 결의안은 "전당 동지들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으로 사상과 행동을 통일하고 이를 학습하고 관철하는 자각성과 확고한 신념을 증강하며 사회주의 현대화건설의 전반 과정에 관철하고 당 건설의 각 분야에 구현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장 개정으로 시 주석의 '1인 권력'이 덩샤오핑 이후 중국의 통치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집단지도체제의 틀을 흔드는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다음날 공개될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임위원 선출에서도 시 주석의 후계자가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은 덩샤오핑 이후 최고 권력자가 차기가 아닌 차차기를 낙점하는 '격대 지정' 전통에 따라 통상 집권 2기 출범 때는 후계자가 부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차기 주자로 평가받는 50대의 후춘화(54) 광둥성 당 서기와 천민얼(57) 충칭시 당 서기가 모두 상임위원 진출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돼 있다. 현실화된다면 시 주석은 최소한 5년은 후계자가 없는 단일 권력을 누리게 되고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2년 3연임 등 집권 장기화도 한결 수월해지게 된다.

중국이 시 주석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는 것은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그동안의 성공에서 보여준 체제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회주의 현대화를 통해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1인 권력이 강해질수록 최근 수십 년 간 중국의 안정적인 발전 토대가 돼 온 '격대지정'과 '집단지도체제' 등 기존 시스템은 흔들릴 공산이 크다. 견제 없는 권력과 이에 대한 반발로 중국의 정치 시스템이 더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칼럼니스트인 캐리 황은 최근 칼럼에서 "집단적인 권력 공유 모델을 희생시키는 시 주석의 권력 집중화 시도는 많은 정당 엘리트들의 이익을 해치고 강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당의 선전기구들이 '카리스마 있는 절대권력'의 필요성을 전파하고 대중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노력하고 있지만 시 주석과 중국은 '큰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