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 한예종 총장 “예술의 ‘높이’보다 ‘깊이’에 집중할 것”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사진제공=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그간 배출한 인재는 세계 각국을 휘어잡으며 한국 공연예술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덕분에 세계대학평가 공연예술부문에서 한예종은 아시아 예술대학 중 유일하게 46위에 진입했다. 국제대회 1위 수상은 총 973회나 된다.


올해 개교 25주년을 맞은 한예종의 지난 성과가 경쟁의 우위에 방점을 찍었다면, 앞으로의 비전은 어떻게 될까.

김봉렬 한예종 총장은 24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개교 25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더 깊게, 더 넓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미래 예술을 선도하고 침체된 예술을 활성화하는 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예종 설립 취지가 유학을 가지 않고도 세계적 예술가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교육이나 가치관이 ‘높이’ 경쟁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았어요. 상대와의 경쟁에서 우월성만 강조한 셈이죠. 이젠 높이 경쟁에서 벗어나 좀 더 내면화하는 ‘깊이’에 몰두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여기에 사회나 시대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넓이’도 가져야 하고요.”

이를 위해 한예종은 하드웨어적(건물) 개선과 소프트웨어의(인재) 진보라는 두 가지 실천 방안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우선 하드웨어의 개선은 캠퍼스 통합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 총장은 서울 석관동, 서초동, 와룡동 등 3곳에 흩어진 캠퍼스를 통합 캠퍼스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최종 후보지로 서울과 경기 등 6곳이 선정된 상태로 2025년쯤 완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래지향적 예술원의 설립은 소프트웨어의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제7원 ‘융합예술원’은 게임창작, 미디어아트 등 미래형 융합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제8원 ‘대중예술원’은 대중음악학과, 뮤지컬학과 등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 배출을 염두하고 있다.

“한예종은 갈수록 우리 전체 예술계를 책임지는 역할을 요구받아요. 현재 대학에서의 예술은 교육 정책에 희생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공동의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점점 더 예술이 내면화하거나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쪽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해요.”

예술이 본연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은 한예종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김 총장은 이를 ‘구성원들의 자발성’에서 찾았다. 이를테면 15세 피아노 영재가 단순히 기술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문 교양 책을 열심히 보는 ‘깊고 넓은’ 사고를 통해 예술을 새롭게 이해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신비한 존재로서의 예술가는 한예종에서 그렇게 태어나고 완성되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설명이다.

“구성원의 자발성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자기 목표가 굉장히 명확해요. 그래서인지 대학캠퍼스 같지 않고 연구소 같다는 얘기도 나와요. 학교 밖에서 즐기는 대학촌 문화도 없죠. 낭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요.”

김 총장은 “한예종이 배출한 예술가들이 위대한 예술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며 아시아 1위를 넘어 세계 10위 도약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겠다고 강조했다.

10일 25주년 기념식에는 손열음, 정명화, 안숙선, 장유정, 잠비나이 등 ‘K-Arts, 빛나는 예술가 25’에 선정된 예술가들을 초청해 감사패를 수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