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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노화의 시계가 멈춘다면

기고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입력 : 2017.10.27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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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노화의 시계가 멈춘다면
이제 본격적인 고령사회다. 고령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고령환자가 많다. 거의 집집마다 어른 요양원 문제가 있다. 연명의료 중단도 이제 합법이다. 유사 이래 인간은 무병장수를 꿈꾸어 왔는데 장수는 되고 있지만 무병이 어렵다. 그래서 이제는 병을 만드는 노화를 정복해야 할 순서다. 그런데 사람이 늙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영화가 우리에게 답을 가르쳐 준다.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2015년). 여주인공은 우연한 사고 이후 더이상 늙지 않게 된다. 스물아홉 살로 지난 100년을 살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주위 사람들과 경찰, FBI는 그녀를 그냥 두지 않는다. 평생 도피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사실 누군가가 더이상 늙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지면 수많은 사람이 그 비결을 알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죽기 싫은 억만장자 미치광이나 그 부인이 위험한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라푼젤’(2011년)이 평생 탑에 갇혀 산 건 약과일 것이다. 또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주기적으로 사람들을 떠나야 한다. 그래서 사랑조차 금지당하는 인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인간은 영생을 꿈꾸지만 사람이 늙지 않으면 진정으로 위험하고 불행으로 가득 찬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런 생각도 든다. 자연의 법칙이란 항상 예외가 있기 마련인데(검은 백조도 있는데) 내 주변에 있는 이 많은 사람 중에, 아니면 지구를 거쳐간 수백억 명의 사람 중에 단 한 사람도 노화라는 법칙의 예외가 없었을까. 어쨌거나 내가 거기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은 참 다행이다.
 
‘하이랜더’(1986년)는 나이를 먹지 않는데 다른 모든 사람은 태어나고, 성장하고, 그리고 죽는다. 나는 가만히 있고 주위 친구들과 가족들은 그렇게 되는 것이다. 하이랜더는 수많은 아내가 늙어가고 죽는 것을 보아야 했다. 새 부인을 맞을 때는 수십 년 후 어느 날 젊은 여인이 나타나 역할을 물려받는다고 미리 이야기 해둔다. 그러나 미리 알았어도 이별은 슬픈 것이다. 노령의 부인은 젊었을 때 모습 그대로인 남편이 데려온 젊은 여인을 쳐다보면서 남편과 담담하게 작별한다. 자기가 옛날에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한 번 본 적이 있는 노령의 그 부인을 떠올리면서.
 
‘예수였던 사나이’(2007년)는 한술 더 뜬다. 나이를 먹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주인공은 주기적으로 사는 곳과 사회적 역할을 바꾸어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이나 목표가 무의미하기에 단기적으로나마 목표를 만들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수만 년을 살다 보니 박사학위도 여러 개다. 죽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기억력은 보통 사람과 같기 때문에 오래전 일일수록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반 고흐의 그림을 한 점 소장하고 있는데 고흐와 알고 지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에서 살 때 사람들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자신을 접한 사람들이 자신을 예수님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자기가 한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트로이’(2004년)에서 아킬리스(브래드 피트 분)는 이렇게 말한다. “신들은 우리 인간을 시기해. 우리는 언젠가는 죽는 존재들이기 때문이지. 우리는 언젠가는 죽고, 그 언젠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매 순간이 더없이 아름다운 거야.”
 
많은 사람이 요양원에서 장기간 고생하고 수술로 고통을 겪고 결국 중환자실에서 마지막 몇 주의 고통까지 당하고 세상을 떠난다. 그 사이에 가족들은 지치고 불화가 생기고 병원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아직 건강하고 스스로 판단력이 있을 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다. 건강하고 보기 좋게 늙고(로버트 레드퍼드와 제인 폰다의 2017년작 ‘밤에 우리 영혼은’) 주위에 짐이 되지 않게 세상을 떠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항상 준비하고 그렇게 되기를 애쓰면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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