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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합법화' 여성의 선택권은 태아에 우선하는가

[따끈따끈 새책]"윤리적 판단은 이성의 문제" 피터싱어 교수가 던지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윤리적 질문

머니투데이 이경은 기자 |입력 : 2017.11.0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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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합법화' 여성의 선택권은 태아에 우선하는가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아프리카에서는 연간 여성 1000명당 29건, 남미에서는 32건의 낙태가 이뤄진다. 반면 낙태가 허용된 서유럽 국가의 경우 그 절반보다 적은 12건만이 발생한다. 낙태를 법으로 막으면 가난한 여성일수록 불법 수술이 가능한 곳을 찾기 때문에 안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수술을 받다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신체적 피해를 입는다. 그럼에도 낙태를 금지해야 하는가.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낙태 수술 자체가 태아에게 위험하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범죄'라고 규정한다. 태아는 아직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누리기 전이지만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동등한 생명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의 저자 피터 싱어 교수는 이러한 주장에 반기를 든다. 태아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구성원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동일한 생명권을 부여하기 위한 충분조건이 될 수 없으며, 태아의 지적 능력이 동물인 소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의식이나 이성을 근거로 태아를 동물과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피터 싱어 교수는 이성적인 존재로 성장할 가능성을 지닌 모든 존재가 그 가능성을 실현하도록 허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한다. 잠재적으로 이성적인 생명체(태아)에게 추정된 이익과 실제로 이성적인 여성의 분명한 이익 사이에 충돌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항상 여성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감정적으로 생각하면 피터 싱어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다소 냉철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윤리적 판단이란 주관적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며 이성의 능력을 활용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 책에서 낙태의 합법화 외에도 이 시대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정곡을 파고든다. '동성애는 비도덕적인가' '범죄자에게 관용은 어디까지인가' '유전자 변형 식품을 막아야 하는가' '정부는 개인의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등 민감하지만 반드시 다뤄져야 하는 중요한 윤리적 문제들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올려 놓는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가 던지는 질문들을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

◇ 더 나은 세상 = 피터 싱어 지음. 박세연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 416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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