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0' 윤곽 나왔다…전자계열 이끌 4각 축 완성

2일 삼성그룹의 전자계열사 사장단 인사로 '삼성 3.0' 진용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번 인사는 고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이재용 부회장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그룹 내 핵심인 전자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앞으로 전자 계열을 이끌 4개 축의 윤곽도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인사에서 드러난 DS(디바이스솔루션)·CE(소비자가전)·IM(IT모바일)의 3두체제 유지와 이사회 강화에 이어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신설, 삼성벤처투자 역할 확대 등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시장 변화에 대비한 이 부회장의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날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두가지는 정현호 전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의 복귀와 전용배 삼성화재 (299,500원 ▲2,000 +0.67%)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의 삼성벤처투자 사장 승진 선임이다.

두 사람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전략통으로 이 부회장의 측근이다. 특히 정 사장은 지난달 말 인사에서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된 이상훈 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에 못지않은 이 부회장의 '오른팔'로 통한다.

정 사장의 전격적인 복귀는 연초 미전실 해체로 일선에서 물러난 지 9개월 만이다. 총수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이 찍힌 이번 인사에서 정 사장이 일종의 '조정자' 임무를 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자 계열사 간 조율과 미래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 등 산적한 문제를 풀어갈 해결사로 정 사장이 낙점된 것"이라며 "정 사장이 전자 부문의 '안방 살림'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고참 CEO(최고경영자)'의 전관예우 자리 성격이 짙었던 삼성벤처투자 대표로 전 사장이 승진 선임된 것도 이 부회장의 최대 고민꺼리로 꼽히는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벤처투자는 삼성전자의 투자전문 자회사로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를 대신해 투자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독일 다임러 트럭부문과 이스라엘 스타트업기업인 스토어닷에 6000만달러(약 680억원)를 투자하는 등 삼성전자가 미래성장사업으로 육성하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첨병으로 나섰다.

금융권 한 인사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전략이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측근이 실질적인 투자전선의 선봉에 섰다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인사에서 발표된 이상훈 사장의 이사회 의장 내정은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압축되는 이 부회장의 경영지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사라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이 부회장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을 없애면서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김기남(DS)·김현석(CE)·고동진(IM) 3인의 대표가 엔지니어 출신으로 '하드웨어'를 담당하고 살림꾼으로 통하는 이 사장이 경영 전반을 이끌면서 이사회 의장과 CEO(최고경영자)가 분리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층 가까워진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무엇보다 미래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위기대응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3인체제의 사업부와 이사회, 사업지원 TF와 더불어 벤처투자까지 사실상 이 부회장 시대의 개막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