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속도 천천히"…금통위원의 시장 달래기

함준호 한국은행 금통위원이 8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이달 말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추가 금리인상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란 금통위원의 견해가 공개됐다. 미국 12월 금리인상 가능성과 맞물려 최근 시장금리가 예상보다 많이 오르자 기대심리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함준호 금통위원은 8일 서울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고령화, 생산성 부진 등으로 우리 경제의 장기 자연금리가 하락하는 추세여서 중기 시계에서 볼 때 통화완화의 조정경로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함 위원은 “그(금리인상) 속도는 민간소비의 회복세와 기조적 물가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이런 조정과정에 대비해 선제적인 위험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함 위원은 이에 앞서 “앞으로 대내외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글로벌 금융순환도 점차 긴축화 되면 국내 실질중립금리도 상승압력을 받아 통화완화 정도의 조정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는 1.25%로 역대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조만간 올리겠지만, 추가 금리인상은 신중히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함 위원은 “국내 물가와 성장 간의 관계가 크게 약화된 가운데 점증하는 금융안정 리스크로 통화정책 운영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물가목표 달성을 위한 완화적 통화기조 유지가 금융불균형을 누적시킬 위험이 높아져 더욱 신중한 정책운영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최근 금융시스템의 부동산 익스포저가 빠르게 확대됐다”며 “부동산 경기 연착륙과 더불어 신용의 쏠림현상 완화를 통해 금융중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함 위원은 “금융안정 목표는 통화정책보다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일차적인 방어기제가 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함 위원은 “금리 이외에 한은의 지급준비금 제도를 거시건전성 정책수단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지급준비금은 은행들이 받은 예금 중 일부를 한은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금액이다. 은행이 대출 등 자금운용 과정에서 리스크가 발생돼 고객 예금을 지불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는 목적이다. 한은이 지준율을 높이면 그만큼 은행들이 한은에 적립해야 될 돈이 늘어나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함 위원은 또 통화정책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3년 주기로 바뀌는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제 시계열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이 방식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책무가 단기적으로 상충되는 상황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함 위원은 이주열 총재, 윤면식 부총재 등 당연직을 제외한 5인 금통위원 중 가장 먼저 임명됐다. 내년 5월 4년 임기가 종료된다. 경기지표 데이터를 중시하는 중립적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별도 소수의견을 제시한 사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