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미얀마서 한국정부 대변인·외교관 대우"

최순실씨./ 사진=뉴스1

최순실씨(61)가 한국 정부의 대변인 격으로 해외에 나가 외교관 예우를 받았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의 재판에 나와 지난해 7~8월 사이 'K타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이 사업에 개입한 정황에 대해 증언했다.


이 전 본부장은 최씨의 금융업무를 뒷받침한 인물로 지목돼 있다. 하나은행은 없던 본부장 자리를 만들어 이 전 본부장을 앉혔는데, 이는 청와대의 지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본부장이 언급한 K타운 프로젝트는 미얀마 양곤에 컨벤션 센터와 호텔 등 대규모 시설을 건축하는 사업이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이 회의에 직접 참여해 사업을 챙겼다고 한다.

이 전 본부장 진술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8월 이 전 본부장과 고영태씨, 인호섭 MITS코리아 대표 등을 데리고 K타운 프로젝트 답사 차 미얀마를 방문했다. MITS코리아는 최씨가 미얀마 사업 이권을 빼내는 창구로 쓰려했던 것으로 파악된 곳이다. 최씨는 장시호씨 명의로 인 대표로부터 MITS코리아 지분을 양도받기도 했다.

미얀마에서 최씨는 인 대표 주선으로 미얀마 상공부 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인 대표는 "한국 정부를 대변하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미얀마 장관에게 최씨를 소개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특검 조사 당시 '미얀마 장관이 최씨를 깍듯이 대우했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전 본부장은 "저도 상당히 의외였다"며 "외교관의 대우를 해준 걸로 기억한다"고 대답했다.


이 전 본부장은 "사적 친분, 비즈니스 하는 신분이 아니라 국가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아니면 프로젝트를 대행하는 사람의 대우를 해준 것으로 알았다"고 밝혔다. 특검에서 "최씨가 한국 정부 관계자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다는 말인가"라고 되묻자 이 전 본부장은 "예"라고 대답했다.

특검은 지난해 7월 미얀마 상공부 장관이 방한한 일에 대해서도 신문했다. 이 자리는 공식적으로는 정부 초청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특검은 최씨가 이 자리를 주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에서 "인 대표가 '지난해 7월쯤 미얀마 상공부 장관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정부 관계자를 만나도록 주선해준 사람이 최씨다'라고 말한 적이 있지 않느냐"고 묻자 이 전 본부장은 "그런 식으로 영향력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긍정했다. 다만 인 대표가 미얀마 장관에게 그런 사실을 직접 언급한 적이 있느냐는 특검 질문에 이 전 본부장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이 전 본부장은 최씨가 유재경 전 미얀마 대사를 두고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 비난한 일도 증언했다. 유 전 대사 역시 최씨가 대사 자리에 앉힌 것으로 파악된 인물이다.

유 전 대사는 최씨가 K타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민간에 사업을 맡기는 게 적정해 보이는데도 최씨가 정부 예산을 끌어들여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인다는 취지였다. 유 전 대사는 지난해 8월 말에서 9월 초쯤 이 전 본부장에게 '너무 단기간에 추진하면서 무리한 점이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고 한다. 이 전 본부장은 이 메시지를 최씨에게 전달했고, 최씨는 "배은망덕한 사람이다. 대사를 그만두게 해야 할 사람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