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도로포장 '담합'… 뇌물혐의 공무원 구속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건설업자들한테 뇌물을 챙긴 혐의로 서울 구청 공무원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찰은 업자들이 서울 시내 도로포장 공사를 담합해 수주하는걸 공무원들이 눈감아준 대가로 본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뇌물공여 혐의로 건설업자 96명을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뇌물수수·직무유기 혐의로 공무원 25명도 입건했다.

입건된 건설업자 중 담합을 주도한 '팀장 업체' 박모씨(45) 등 3명과 건설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서울 한 구청 도로과 계장 김모씨(50) 총 4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325개 건설업체는 2012년부터 올해 3월까지 담합 집단을 꾸려 서울시와 구청에서 발주한 도로포장 공사 총 611건을 낙찰받은 혐의다. 이들은 서울시에서 발주한 전체 도로포장 공사 비용 6935억원 중 4888억원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담합 집단에 참여한 325개 업체는 서울 내 포장 공사 면허를 보유한 총 410개 업체의 79%에 달한다. 이들은 명의만 있는 회사를 설립해 낙찰 확률을 높였다. 또 미리 낙찰 가격을 예측해 서로 비슷한 가격으로 입찰했다.

팀장 업체는 서울을 8개 구역으로 나눠 누가 입찰에 참여할지, 누가 공사를 진행할지 등을 지시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일단 낙찰을 받고 실제 공사는 담합 집단 중 다른 업체에 맡기기도 했다. 이후 공사대금에서 낙찰받은 업체가 8%, 팀장 업체가 5~10%를 일종의 수수료 명목으로 뗐다. 시공 업체는 공사대금 중 남은 약 82%를 가지고 공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들이 1993년부터 약 25년간 담합 해 공사를 독점해온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2012년 이전 공사는 정부기관 서류와 건설업체 장부 등이 보존돼 있지 않아 증거 확보가 가능한 최근 5년 동안의 범행만 수사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구청 공무원 등은 담합 여부를 감독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하고 낙찰받은 업체와 실제 시공업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한 혐의다. 그 대가로 공무원 5명은 1인당 150만~4300만원의 금품을 받았고 14명은 골프 접대를 66차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대금 중 담합으로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 금액으로 공사를 진행해 부실 시공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뿌리 깊은 건설사 독점 담합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