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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쉽다고요? 놀이터도 가지 말라고 해요"

[놀이가 미래다2- 초등학교 시간표를 바꾸자] '학교 안 놀이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전문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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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중요한 줄 알아도 시간이 없다." 아동 놀이의 중요성을 집중 조명한 머니투데이 '놀이가 미래다, 노는 아이를 위한 대한민국' 기획기사를 접하고 많은 부모들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아이들이 빼앗긴 시간을 돌려주려면 결국 교육시스템이 움직여야 한다. 성장의 중요한 열쇠인 놀이를 보장하기 위해 학교부터 놀이를 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그 첫걸음으로 초등학교 시간표부터 바꾸자는 제안이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학교, 놀이를 품다: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사진=이기범 기자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학교, 놀이를 품다: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사진=이기범 기자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주기 위해 학교도 한 몫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 체계의 변화가 놀 줄 아는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결정적인 열쇠라고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회와 정부가 법과 정책으로 이런 변화를 밀어주는 '후원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머니투데이와 세이브더칠드런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정부와 국회의 과제 등이 논의했다. 청중 130여명이 2시간 넘는 토론을 보고 직접 발언도 했다. 교사, 시도교육청 담당자, NGO(비정부기구) 관계자, 유아·교육 전공생, 시민활동가 등 청중의 면모는 다양했다.

이날 2부 토론은 정선아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은하수양(서울 면목초6), 오명화씨(학부모 대표), 오강식 교사(전국놀이교사모임 가위바위보 대표),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지원특임센터 소장, 성은모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권영민 교육부 교육과정운영과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다음은 토론 내용 전문이다.


▶(정선아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부 교수) 우리는 놀이에 비해서 일을 많이 하고, 유아교육도 놀이에 대한 것이 거의 없다. 유치원 선생님도 놀이를 잘 모를 때가 있다. 한국을 교육이 이끌어왔지만, 이제는 교육이 바뀌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놀이를 통해) 더 중요한 것을 배우게 된다. 놀이는 그냥 뛰어노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을 해야 한다. 규칙도 이해해야 하고 상황에 맞게 놀이법도 다르게 해야 한다. 놀이판을 그리면서 공간을 이용하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나를 이해시키지 않으면 놀이는 진행되지 않는다. 또한 친구의 중요성도 알게 된다. 지금처럼 친구가 내 옆에 없어도 할 수 있는 놀이가 아니라 서로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만약 학교에서 우리의 놀이 시간이 보장된다면 굳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부모님들이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말이다. 어른들이 '우리 어렸을 때는 이랬다'고 말하면 요즘 애들은 한숨을 쉰다. 이제 한숨 쉬지 마시고 '어른들이 어렸을 때 했던 그 모습을 저희에게 물려 달라' '친구들과 신나게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고무줄놀이도 하고, 깍두기도 해보고 그런 것들 저희도 해보고 싶다'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환경이 안 되는 것이다)'라고 말해라.

행복한 기억들을 적립하는 학창시절이다. 그런 기억들이 자꾸 사라지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가 토론자들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가 토론자들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김은하수양) 안녕하세요 저는 면동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13살 김은하수입니다. 저는 작곡가가 되고 싶은,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그리고 저는 잘 노는 아이입니다. 저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이 대부분 간다는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을 가지 않습니다. 방과 후에는 대부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노는 데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그런데 요즘엔 노는 게 너무 어려워져서 고민입니다. 어른들께 제 고민을 이야기하면 어른들은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쉬운 건데 뭐가 어려워? 고민할 걸 해라"라고 하십니다.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쉽다고요? 제 생각엔 그건 아주 옛날이야기 같습니다. 요즘 제 또래 아이들에겐 노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면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 친구들은 모이면 대부분 스마트폰 게임을 합니다. 저희가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 어른들은 스마트폰 그만하고 다른 거 하며 놀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놀려고 하면 조용히 하라고 합니다. 그럼 '밖에서 놀자'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밖에 차도 많이 다니고 위험하다며 안 된다고 하십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지나고 학원을 가거나 집에 가야 하는 시간이 됩니다.

저희는 어떻게 놀아야 하나요? 저희에겐 놀 수 있는 공간도 없고, 시간도 없고, 그리고 친구들도 없습니다. 어른들은 저희에게 스마트폰만 한다고 뭐라고 하시지만, 저희는 공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틈틈이 시간을 내서 할 수 있고 조용히 할 수 있고 또 친구들이 함께 있지 않아도 놀 수 있는 것이 스마트폰밖에 없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더 찾게 되는 겁니다.

저희가 놀 수 없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놀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 부모님과 친구들 부모님이 가끔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데, 그날도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저와 친구들은 먼저 나와 상가 근처에 넓은 공간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때 시간이 저녁 7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그 근처에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너희는 지금이 몇 신데 여기서 놀아? 공부 안 해? 이 시간에 안자고 뭐 해? 시끄럽게 왜 여기서 놀아?"라고 하셨고 비속어까지 쓰시면서 야단을 치셨습니다. 이런 경험은 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 친구는 하굣길에 몇몇 아이들이 학교 근처 골목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앉아있는 건물의 위층에서 한 할머니가 시끄럽다며 물을 붓는 모습을 봤다고 합니다.

놀이터는 어떨까요? 학교에서는 학교 근처에 있는 놀이터에 가지 말라는 알림이 자주 나옵니다. 그곳엔 노숙하시는 분들도 많고, 술 마시는 분들도 있고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있어서 될 수 있으면 가지 말라고 하는 곳이 바로 놀이터입니다. 마을에서는 저희가 놀 곳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학교 안에서는 어떨까요? 저희가 놀고 싶다고 하면 어른들은 "너희는 맨날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고 오는데, 얼마나 더 놀아야 하니?"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저희는 학교에서 맨날 재미있게 놀 수 없습니다. 저희의 학교 일정은 굉장히 바쁩니다. 쉬는 시간은 이름하고는 다르게 쉬는 시간이 아닙니다. 다음 수업시간을 준비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면 쉬는 시간이 끝이 나서 친구와 한마디 나누어볼 시간도 없습니다. 만약 이동수업이라도 있는 날에는 수업 준비하고 이동수업 교실로 이동하기 위해 일찍 줄을 서야 하기 때문에 더욱더 시간이 없습니다. 그럼 40분이나 되는 점심시간에는 뭐 하냐고요? 점심시간에는 점심을 먹고 청소를 합니다. 그리고 5교시를 준비하고 알림장을 쓰다보면 종이 치고 점심시간이 끝나버립니다. 가끔 친구들과 점심시간에 놀기로 약속을 하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엔 점심을 조금만 먹거나 급하게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으로 바로 가야 하는 친구들 중 점심을 조금 먹은 친구들은 학교가 끝나고 학교 앞에서 군것질로 배를 채우곤 합니다. 저희가 놀기 위해서는 늘 이렇게 시간과 전쟁을 해야 합니다. 회사에 다니는 저희 이모의 점심시간은 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어른들보다 밥 먹는 속도도 늦는데 40분입니다. 어른들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거나 차를 마시거나 자기들이 선호하는 일을 하며 휴식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그건 당연한 권리라고 합니다.

저희에게도 당연한 권리가 있습니다. 바로 놀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학교 내에서 아예 놀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 반 같은 경우는 선생님께서 반 친구들과 함께 놀라며 많은 보드게임을 준비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자유 시간을 주실 때 아이들끼리 모여서 보드게임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한 학기가 끝나고 나니 보드게임도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교실에서 할 수 있는 다른 놀이가 없을까 하다 '동대문을 열어라'를 해보았는데 정말 재밌었습니다. 세 명이서 하다 한 명이 더 와서 네 명이 되고, 다섯 명, 여섯 명이 되고 점점 인원이 더 많아지니 저희가 선생님 자리 바로 옆까지 가 있었습니다. 결국 그 놀이도 선생님께서 일을 하시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친구들과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제가 이런 불만을 말씀드리면 그럼 교실에서 놀지 말고 복도에서 놀면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 어른들도 계십니다. 부모님들이 어렸을 때는 복도에서 고무줄도 하고, 제기차기도 하고 놀았다면서요. 만약 지금 복도에서 그렇게 논다면 전 아마도 다른 반 선생님께 불려가 혼이 나고 저희 담임선생님은 그 선생님께 사과를 해야 할 겁니다. 요즘 학교의 복도는 노는 곳이 아닙니다. 이동을 위한 통로이고 간혹 옆 반 친구를 아주 잠깐 만나는 곳일 뿐입니다. 복도에서는 이래서 놀 수 없다고 하면, 그럼 운동장에 가서 놀라고 말씀하십니다. 운동장에 나가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우선 미세먼지가 없어야 하고 너무 더워서도 안 되고 너무 추워서도 안 됩니다. 만약 그런 조건이 맞지 않는데 저희가 운동장에 나가서 놀고 있으면 학교에 항의 전화가 온다고 합니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은하수양(서울<br />
 면목초6)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은하수양(서울
면목초6)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안전 때문이죠. 만약 저희가 운동장에 나가서 놀면 선생님께서 저희들을 지켜보셔야 하는데, 선생님 혼자서는 저희 반 친구들을 모두 지켜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학년 때는 몰랐지만 6학년이 되고 보니 저희가 만약 다치게 되면 그 책임을 선생님이 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저희를 잘 가르쳐 주시고 저희를 위해 헌신하시는데, 선생님이 저희를 일부러 다치게 한 것도 아닌데 그 책임을 선생님이 져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도 저희를 맘껏 뛰어놀게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저희도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운동장에 나가서 놀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학교 안에서도 저희는 놀 수가 없습니다.

어디에서도 편하게 놀 수 없는 저희들이 놀 수 있는 곳은 PC방, 코인노래방, 패스트푸드점, 대형마트 같은 곳입니다. 저는 뛰어노는 것을 좋아해서 저희 반 친구들이 노래방을 가자거나 대형마트 구경을 가자고 하면 잘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없어져서 요즘엔 가끔 친구들과 노래방도 가고 대형마트 구경도 가곤 합니다. 그래도 저는 친구들과 뛰어노는 게 하고 싶을 때가 있어서 친구들에게 공원 같은 곳에서 놀이를 하자는 제안을 하곤 합니다. 그럼 친구들은 "재미없을 것 같아" "할 줄 몰라" "시간도 없는데 언제 배워서 해"라고 하며 그냥 앉아서 놀자고 합니다. 이런 반 친구들 말고 같은 반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함께 노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과 만나면 대부분 뛰어놀거나 전래놀이를 하거나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놉니다. 그 친구들은 이미 많은 놀이를 알고 있고, 그 놀이가 어떤 재미가 있는지 알기 때문에 따로 설득을 하지 않아도 되고 놀이법을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간혹 모르는 친구나 동생이 와도 깍두기로 끼워주고 놀다보면 자연스럽게 놀이를 익히게 됩니다. 이렇게 다른 두 친구 모임을 보면서 저는 놀이라는 과목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미리 놀이를 알고 놀아본다면 아이들이 수학식이나 영어 단어를 아는 것처럼 놀이를 알 테니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놀이를 할 수 있고, 수업을 통해 놀이를 해 보면 그 놀이의 재미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놀이라는 과목이 있으니 우리가 노는 것은 복습이 되니 부모님들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실제로 놀이수업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아는 동생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학부모님들이 방과 후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전래놀이를 가르쳐 주셔서 많은 아이들이 전래놀이를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부모님들이 운동장에 놀이판까지 그려주셔서 아이들이 수시로 나와서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이를 하고, 학교 밖에서도 놀이를 아는 아이들이 모르는 아이들에게 알려주며 자연스럽게 바닥 놀이를 한다고 합니다. 저희가 아이들이라고 해서 놀려고 하면 무조건 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놀아본 적이 없으면 놀 수가 없습니다. 놀아봐야 놀 수 있습니다.

저희가 학교에서 마음껏 놀 수 없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안전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안전 문제를 가장 걱정하시는 분들이 부모님들 같습니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저희에게 '자기주도형'이라는 말을 많이 하십니다. 자기주도형이 되려면 스스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다치는 것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넘어져 봐야 '다음에 그렇게 하면 넘어지니까 그러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조심하게 됩니다. 높은 곳이 위험하다고 아무리 말해도 높은 곳에 올라가는 아이들이 꼭 있는 건 어른들이 왜 위험하다고 하는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희에겐 스스로 알아가고, 스스로 이겨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합니다. 그리고 어른들도 저희에게 자립심이 있어야 한다, 도전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정말 가장 기본인 노는 것을 안전이라는 이유로 못하게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는 부모님들의 생각도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생님들이 저희를 잘 지키고 있는지 보지 마시고 저희가 어떤 순간에 가장 행복한지 그것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세히는 모르지만 규정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오려고 준비를 하면서 엄마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러면서 조금 알게 된 것이 학생들이 다쳤을 때 선생님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규정이 많아지면 부모님들이 아무리 변하신다고 해도 학교가 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규정도 조금씩 고쳐서 정말 저희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TV에서 외국의 학교를 소개하며 우리나라와 다른 학교 수업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많이 부럽습니다. 하지만 화가 나기도 합니다. 우리에겐 상관없는 이야기니까요. 그냥 부러워만 해야 하는 모습이고, 자꾸만 우리의 현재 모습을 보게 되니까 화가 나서 이젠 더 이상 보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나라의 그런 사례들을 보면서 화가 나지 않고 기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나라들도 많은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그런 모습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학원을 가고, 자기 생각을 잘 전달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갑니다. 줄넘기도 학원에서 배우고 체력을 키우기 위해 또 다른 학원에 갑니다. 또 놀기 위해서 돈을 내고 실내 놀이터를 갑니다. 제 주변 친구들은 그런 것들을 익히고 공부를 더 잘 하기 위해 학원에 가고, 놀 시간도 없이 또 다른 학원에 갔다가 10시에 집에 돌아온다고 합니다. 왜 어른들은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부족하다며 우리들을 학원에 보내시는 걸까요? 분명히 우리가 커서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또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학원에 보내실 겁니다. 많은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지 공부를 잘한다고 하고, 노는 건 그냥 시간 때우는 것밖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는 친구들과 놀면서 협동심, 존중하는 법, 배려하는 법, 인내심 등의 가치를 배우고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과목에서 배울 수 없는 더 중요한 것을 배우게 됩니다. 놀이는 그냥 뛰어노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규칙도 이해해야 하고 상황에 맞게 놀이법에 다르게 해야 합니다. 놀이판을 그리면서 공간을 이용하는 방법도 배우게 됩니다. 서로 이해하고 (친구가) 나를 이해시키지 않으면 놀이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또한 친구의 중요성도 알게 됩니다. 지금처럼 친구가 내 옆에 없어도 할 수 있는 놀이가 아니라 서로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만약 학교에서 우리의 놀이 시간이 보장된다면 굳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의 부모님이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요. 어른들이 ‘우리 어렸을 때는 이랬어’라는 말씀을 하시면 요즘 애들은 하며 한숨을 쉬십니다. 이제 한숨 쉬지 마시고 어른들이 어렸을 때 했었던 그 모습들을 저희에게 물려주세요. 친구들과 신나게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고무줄놀이도 하고, 깍두기도 해보고 그런 것들 저희도 해보고 싶습니다.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해봐서 못하는 거예요.

2015년 5월에 아동권리 헌장이 발표됐습니다. 아동권리헌장 8조에는 ‘아동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이 나에 맞는 놀이와 오락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가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희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커피를 마시듯, 담배를 피우시듯, 그렇게 기호가 있듯이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희 같은 어린이들이 이런 자리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저 같은 어린이들이 매일매일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학부모 대표 토론자 오명화씨가 말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학교, 놀이를 품다: 학교 안 놀이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학부모 대표 토론자 오명화씨가 말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오명화씨·학부모 대표) 김은하수 학생이 어린이의 입장을 잘 대변해서 학부모 입장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울먹이며) 학부모를 대신해서 마음을 전달해야하는데 김양처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준비한 토론문 앞 부분은 우울한 인구문제를 다룬다. 인구감소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정부를 포함해 저출산 대책으로 총 100조원을 투입했지만 합계 출산율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현재 학교에는 놀이가 없다. 한 번의 시험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해버리는 현 대입체제 때문이다. 현 상태에서는 놀이에 대한 어떠한 이상적인 논의도 무의미하다. 아무리 좋은 논의도 학교 현장에서는 결국 교사의 추가 업무가 되고, 교사의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는 연장근무가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놀이가 어울리지 않는다. (울먹임). 놀이가 권리라면 아이들은 이미 그 권리를 가지고 있다. 놀이가 권리라면 우리가 그 권리를 아이들에게 빼앗을 수 없다. 학교 안에서 놀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학교에는 아이들의 권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은,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 장애물들을 찾아내어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의 놀 권리는 물처럼 흐르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학교 현장에 무엇을 더하는 것이 아니다. 빼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에서 무엇을 빼야 할까? 놀이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가장 큰 장애물은 대학입시제도다. 나머지 소소한 장애물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가장 큰 장애물로 인해 파생된 아류들일 뿐이다. 큰 장애물을 덜면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릴 것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입시제도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현 입시제도의 치유 불가능한 부작용은 한국의 입시제도가 그 수명이 다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전 서울대 교수 이혜정의 책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는 한국 입시제도에 최적화된 서울대 최상위권 학생들의 충격적인 실체를 보여준다.

이처럼 현실 세계에서는 유명무실한 교육방법에 몰입하고 있는 서울대학교의 모습은 세계대학 평가에서 그 실체가 드러난다. 2015년도 전 세계 대학 평가 순위에서 서울대학교는 2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세부 항목에서 교수의 질은 218위, 교육의 질은 367위를 차지했다. 과연 이것이 서울대 만의 문제일까? 또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현행 입시체재 아래서 서열화된 대학들의 정점에 서있는 서울대의 모습은,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세계 속에서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현행 교육 시스템의 진짜 성적표가 아닐까? 과연 이 실력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지금의 입시제도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혜정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대한민국의 학교는 '국가가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너무도 세세하게 정해놓고 교사가 이를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는 구조'다. 그래서 이 시스템 안에서는 비판적,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문제시된다. 놀이는 아동 스스로가 주도하고 통제하면서 조직하는 모든 행위와 활동, 또는 과정을 말한다. 기회가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학교 안에서 놀이는 아무리 많은 예산과 정책을 투입해도 생존할 수 없다. 마치 100조원을 투입해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 것처럼. 지금의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한 놀이는 현행 교육의 장애물이며 학교라는 시스템을 위협하는 디도스 공격에 불과하다. 그래서 학교 현장의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다. 교사들은 놀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작동하는 수용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시스템을 수호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학교가 혼란에 빠지면 가장 큰 피해자가 학생들이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자리에 앉아 계신 선생님들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마음이 아프다. 그런 고통을 견디고 계실 수많은 선생님들을 위해서라도 현행 입시체제는 하루 속히 개혁돼야 한다.

높은 교육비와 집값이 한국의 저출산을 초래하고 있다. 높은 집값의 원인은 교육비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육을 변화시키면 집값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인구문제에도 해결할 수 있다. 입시제도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교육문제 개혁하기가 어럽다.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인구문제가 그 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입식 교육의 대명사인 일본도 객관식 대입 시험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런 격변기 속에서 국내 교육계는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한 것도 모르고 산아제한을 지속했던 과거 정부의 실책을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첫째, 하루 빨리 속히 기존 대입체제를 개혁하자. 둘째, 대학은 누구나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평생학습 기관이 되어야 한다. 셋째, 교육권을 국가에서 교사에게 돌려줘야 한다. 넷째, 교육개혁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반드시 교사를 중심으로 한 학교 현장의 교육 공동체여야 한다. 교사들이 모두 자신의 자율적인 재량으로 수업을 설계한다면 전국에 천편일률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학교 '준비물'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몇 년의 기간 동안 학생들에게 양성해야 할 역량에 대해 거시적으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그 외의 모든 교육 내용과 방법은 교사에게 일임해야 한다. 교육이 제자리를 찾을 때 놀이도 누군가의 노력으로 학교에 첨가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안에서 학교 안으로 흘러넘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 최고의 놀이 전문가는 과거에도 오늘도 그리고 영원히, 우리 곁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진달래
진달래 aza@mt.co.kr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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