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사도 50대 CEO 전면배치?…"특수성 고려해야" 의견도

사진 왼쪽부터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사진=머니투데이DB

삼성전자가 50대 CEO(최고경영자)를 전면에 배치하는 등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삼성 다른 계열사에서도 60세가 넘는 사장은 모두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 금융계열사의 경우 금융업 특성상 다른 계열사에 비해 임원 승진이 2~3년 늦어 60대 CEO 일괄 퇴진론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금융계열사는 향후 내부 승진 CEO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사장단 인사에 이어 16일 임원 인사까지 마무리함에 따라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이달 내,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실시한다는 것이 삼성측 입장이다. 삼성전자처럼 4개 금융계열사에도 세대교체 원칙이 적용돼 사장 교체가 유력하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62세,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과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61세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58세지만 임기를 채우면 60세가 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임원 승진이 제조업보다 느린 금융권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그룹 인사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통상 48~49세에 임원 승진을 한다. 경쟁사인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의 임원 승진이 대개 50대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3년 가량 빠르다. 그럼에도 상무(6년), 전무(3년), 부사장(3년) 등 통상적인 임원 승진 과정을 거치면 이미 60대가 된다. 50대 CEO를 고수하면 삼성 금융계열사에선 내부에서 사장 승진이 쉽지 않다. 반면 삼성 다른 계열사는 임원 승진이 금융계열사에 비해 2~3년 빨라 50대 사장 승진이 가능한 구조다.


게다가 삼성 금융계열사 CEO들은 그룹에서는 원로격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젊은 편에 속한다. 보험업권의 경우 60대 장수 CEO가 많다.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63세)은 2011년부터 6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오너기업인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64세)이 2000년부터 17년째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이철영 부회장(67세)이 2007년 첫 대표 취임 이래 자회사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던 3년을 제외하고 줄곧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0년부터 동부화재를 이끌고 있는 김정남 사장(65세)은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지만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통상 금융권은 제조업보다 임금이 높아 직급 체류기간이 긴 편이라 승진이 더디다”며 “삼성 금융계열사의 경우 삼성전자 등에서 발탁되지 않는 한 일반적인 금융 CEO 양성 플랜을 통해서는 50대 CEO가 탄생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금융권에 예외를 두지 않고 수장들을 참신한 인물로 채울 경우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업은 슈퍼스타급 CEO 한 명이 단기간에 회사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지만 금융업은 금리 등 경영 외 변수가 많고 금융당국의 규제도 고려해야 해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특히 보험의 경우 회계기준 변경 등을 앞두고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 업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임원 인사까지 마무리된 만큼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조만간 이뤄지겠지만 인사 시기나 방향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