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캐나다달러 무제한 교환… 美 긴축 버팀목 생겼다

이주열 한은 총재(왼쪽)과 스티픈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15일(현지시간) 캐나다 중앙은행에서 열린 양국 통화스와프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캐나다중앙은행

한국이 캐나다와 한도와 만기를 미리 설정하지 않은 '상설 통화스와프'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유동성 위기가 생기면 원화로 캐나다 달러를 사실상 무제한 빌릴 수 있는 형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15일(현지시각)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중앙은행 본부에서 이같은 내용의 양국 통화스와프 협약서에 서명했다. 양국 통화스와프는 서명 즉시 발효됐다.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교환할 수 있는 협정이다. 국가간 마이너스통장 계약으로도 불린다. 이번 계약을 통해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한국은 캐나다 달러화를, 캐나다는 원화를 빌려 쓸 수 있다.

앞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중국,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아랍에밀레이트(UAE) 등은 활용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고 보통 3년마다 계약기간을 갱신하는 형태였다. 이와 달리 캐나다와의 통화스왑은 한도와 만기를 미리 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주요국과 상설 통화스와프 형태로 계약을 맺은 것은 처음이다.

특히 캐나다는 미국, 유로존, 일본, 영국, 스위스 등과 이런 방식으로 계약을 맺고 있어 6대 기축통화국으로 분류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에서 최상위 국가 신용등급을 받는 이유다.

캐나다 달러화는 국제 무역결제 비중이 1.9%로 미국 달러화(39.8%), 유로화(33.1%), 영국 파운드화(7.4%), 일본 엔화(3.1%)에 이어 5번째로 높다. 이는 중국 위안화와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 등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캐나다 달러화는 국제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는 통화라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앞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체결한 통화스와프 규모는 달러화로 환산해 1222억달러였다. 미국 달러화를 직접 융통할 수 있는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 다자간 계약이 384억달러, 나머지 838억달러가 계약 당사국간 통화 거래다.

캐나다와 통화스와프로 현지 통화의 경우 한도 개념이 사실상 사라졌다.

총액 3800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 규모인 국내 외환보유액을 고려하면 이번 계약을 통해 향후 미국 연준(Fed)의 추가 금리인상, 보유자산 축소 등 긴축 통화정책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에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비축했다는 평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캐나다 통화스와프 현정 체결'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캐나다는 5개 기축통화국을 제외하고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와 두번째로 통화스왑을 체결했다”며 “우리 경제 대외신인도 개선으로 캐나다가 경제금융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는 “한국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캐나다가 백업해준다는 약속을 한 것이므로 안전망을 확실히 챙겼다”며 “만기가 없으니 몇 년마다 (재계약)할 필요가 없고 금융불안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어느 정도 충분한 규모로 근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 초부터 캐나다와 통화스와프 협상을 진행했다. 우리 측에서 먼저 제안했고 협상의 모든 과정에서 정부와 한은이 정보를 공유하는 등 긴밀히 공조했다.

전문가들도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가 국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캐나다 달러는 국제통화로 볼 수 있어 기존에 맺은 신흥국과의 통화스와프보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효과 클 것”이라며 “특히 만기나 규모가 정해져 있지 않은 형태여서 향후 외국인 자금 이탈시 환율 상승(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영향이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