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이스피싱 조직에 한국 10대들 발들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올해 여름 친구 사이인 A군(16·한국국적)과 B군(17·중국동포)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에 가입했다.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중국 지인의 꼬드김에 B군이 먼저 합류했고 B군의 소개로 A군이 뒤따랐다.

이들은 가출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학교 밖 청소년이었다. A군은 고등학교 중퇴, B군은 중졸 학력이다.


중국에 있는 조직 윗선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위챗으로 한국에 있는 10대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사전에 전화통화로 현혹된 피해자들을 찾아가 돈을 건네받고 중국으로 송금하는 역할이었다. 윗선이 B군에게 지시를 내리면 B군은 A군에게 전달, A군이 직접 돈을 가져왔다.

특히 7월 말 A군은 경기 지역에 사는 한 60대 여성 C씨의 돈을 가져오는 임무를 맡았다. 현금을 찾아 집 안에 보관하라는 말에 넘어간 C씨가 2200여만원을 집에 놓고 밖으로 나가자 A군은 집에 침입해 돈을 훔쳐갔다.

범죄 수익금 중 90% 넘는 2000만원을 조직에 보내고 10% 조금 못 미치는 200만원을 A군과 B군이 나눠 갖는 구조였다. 그러나 소년들은 중국으로 돈을 보내려는 순간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국수대)는 최근 절도와 주거침입 혐의로 A군을 구속하고 B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국수대는 이들 윗선의 뒤를 추적 중이다.

구속된 A군은 "아버지의 병원비에 보태기 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조사 결과 실제 병원비에 쓰인 돈은 한 푼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A군과 B군은 모두 전과가 없다. 국수대 관계자는 "10대들이 절도를 해 범행금액을 거두는 건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라며 "앞으로 강도형 관련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10대가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사건은 처음 경험한다"며 "10대라고 해도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사기관은 보이스피싱 범인들에게 조직폭력배처럼 범죄단체조직죄까지 적용하며 엄단하려고 노력한다. 지난달 30일에는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이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국수대는 A군 등이 2건 이상 관련 범죄를 더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중이다. 이들이 범죄 사실을 자백했지만 피해자를 찾지 못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국수대는 중국 등 해외에 나가 있는 콜센터 조직 3곳의 조직원 31명도 붙잡아 24명을 구속했다. 보이스피싱에서 콜센터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데 해외에 있고 각자 가명을 쓰는 탓에 적발하기 매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일당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 필리핀의 콜센터 사무실에서 한국인 130여명을 상대로 보이스피싱을 해 약 9억원을 뜯은 혐의다.

A군 등과 이들 콜센터는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경찰은 점조직처럼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들의 특성상 이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콜센터 조직원 중에 10대는 없다. 대부분 20~30대라고 전해진다. 최근 몇 년 사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 다수는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수대 관계자는 "콜센터에 취업하는 청년들의 나이는 점점 어려지는 추세인데 10대까지 내려갈 위험이 있다"며 "콜센터에서 일하다가 감금당한 뒤 여권을 빼앗기고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