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지진다"부터 '할복자살'까지… '호언장담' 말말말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 하겠다", "장을 지지겠다", "낙동강에 빠져 죽자"…

정치인들의 자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과격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나치게 선정적인 발언들이 정치의 품격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한 매체는 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친박계 핵심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 하겠다"며 결백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장 지져", "목숨 내놓겠다"… 탄핵 정국서 '호언' 이어져

/사진=JTBC '뉴스룸'

정치인들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이나 자해를 공언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30일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상정 가능성에 대해 "지금까지 야당이 기자들 앞에 얼마나 실현시키지 못할 거짓말을 많이했냐"며 "그 사람들(야당)이 그걸(탄핵)을 실천하면, 제가 뜨거운 장에다가 손을 집어 넣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열흘 가량 지난 지난해 12월9일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서 재석 의원 299명 가운데 234명의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 탄핵안 가결 직후 일부 누리꾼들은 이 전 대표를 향해 "약속을 지켜라"라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 전 대표는 "제가 '탄핵을 강행하면 장을 지진다' 그렇게 표현했습니까?"라며 '장을 지진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8일 친박단체 집회에 참석한 정미홍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극단적인 선택을 공언한 것은 정치인들뿐만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안 선고를 이틀 앞둔 지난 3월8일 친박 활동가 정미홍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약 인용이 된다면 제가 먼저 목숨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정씨는 하루 뒤 페이스북에 "탄핵 인용되면 목숨 내놓겠다 했더니 무슨 자살 선언이라도 한 것처럼 언론이 보도한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걸 강력하게 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5월4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충북 충주체육관 광장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대선 기간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이른바 '빠져 죽자' 발언도 큰 관심을 받았다. 홍 후보는 지난 4월17일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좌파 셋(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당시 후보)에 우파 하나가 남았는데 이 상황에서 못 이기면 정말로 낙동강에 빠져죽어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지난 4월21일에는 포항을 찾아 "선거에서 지면 포항시민들이 형산강에 뛰어들어가야 된다"고 말했고, 지난 5월1일엔 제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거에서 지면)제주 앞바다에 들어가겠다"고도 선언했다.

◇"약속 지킨 경우 없어" 냉소… 생명경시 지적도

잇따르는 정치인들의 극단적인 발언에 일부 시민들은 "얼마나 억울하면 그렇겠냐", "은유적 표현"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많은 시민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박서정씨(24)는 "'장 지진다'부터 시작해 몇번째인 줄 모르겠다"며 "그럼에도 대부분 거짓으로 드러났고,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A씨(27)는 "자해 등을 암시하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며 "생명을 경시하는 발언들은 듣기 좋지 않다. 억울하면 수사 과정서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