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년2개월 만에 1100원대 깨졌다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연저점을 경신하면서 달러당 1100원 밑으로 떨어졌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3.9원 내린 1097.5원에 마감했다. 전일에 이어 이틀째 연중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0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 29일(1098.8원)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원화는 이달 들어서만 미국 달러화 대비 1.7% 절상됐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가 0.27%, 유로화가 1.14% 절상된 것과 비교해 절상폭이 현저히 크다.

최근 원화 절상은 여러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경기 개선세로 이달 말 한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고, 중국과 560억달러(64조원/3600억위안) 규모 통화스와프 재연장, 6대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 한도와 만기가 없는 상설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금융안정망이 강화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지만 내년 추가 금리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도 원화 강세에 영향을 줬다.


16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미국 달러 인덱스는 전일대비 0.02% 오른 93.92을 기록했다. 그러나 원화는 전일대비 0.35% 절상돼 다른 주요국 통화 가치와 다른 흐름을 나타냈다.

당국은 이런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최근 원화 절상 속도가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라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초 1208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까지 약 100원 떨어졌다. 원화가 달러화 대비 약 9% 절상된 것이다. 같은 기간 엔화 절상률(3.9%)의 2배를 웃돈다. 이 영향으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70원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가파른 원화 강세가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 강세가 내수에 도움이 되는 경로는 물가상승 압력을 덜어주는 것인데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태로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이보다는 가격경쟁력에 민감한 석유화학, 철강 분야 수출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 강세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는 지금보다 더 완화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한은의 금리인상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만으로는 원/달러 환율 방향성을 돌리기 어려워 보인다"며 "강력한 지지선이었던 1110원이 무너진 만큼 1060~1070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당국 개입으로 적어도 연말까지 1090원선은 지켜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