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KB금융 노조 추천이사 '찬성'…20일 주총서 '표 대결'

KB금융그룹

KB금융지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찬성'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노조 추천 이사 선임에 '반대'를 권고한 가운데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정리해 파장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주요 상장사 최대주주인 경우가 많아 앞으로 노조가 추천하는 이사인 노동이사제 도입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다.

17일 보건복지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20일 열리는 KB금융 주주총회에서 국민은행 노조가 추천한 하승수 사외이사의 선임 안건에 찬성하기로 했다. 노조는 앞서 주주제안을 통해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지주 대표이사(회장)를 이사회 내 소위원회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전날 국민연금은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회장을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를 추천하는 지배구조위원회,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에서 제외해 사실상 인사권을 박탈하는 내용인 만큼 "(대표이사가)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해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노조가 제안한 또 다른 안건인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공개하지 않아 이 사실은 뒤늦게 확인됐다. 하 변호사는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한 시민사회 진영의 유력 인사다. 2004년 옛 현대증권(현 KB증권) 노조와 소액주주 추천을 통해 현대증권 사외이사로도 3년간 활동했다.


국민연금은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함구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거세진 노동계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를 대표하는 이사, 이른바 '노동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최근 '친노조' 행보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임원을 선임하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원 7명에 민주노총 출신 간부 2명이 포함된 것을 두고도 일각에서는 '노조의 경영참여 우려가 커져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노동이사제를 찬성함에 따라 KB금융 주총에서 표결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국민연금이 KB금융의 최대주주(지분율 9.79%, 지난 9월말 기준)인 만큼 입김이 상당하지만 노동이사제에 부정적인 외국계 주주들이 68%를 차지하는 만큼 실제 주총 통과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외이사 선임은 의결권 보유주식 25%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50%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다만 KB금융 주총에서 노동이사제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KB금융 외에도 수많은 대기업들의 최대주주인 만큼 노동계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 제출과 국민연금의 찬성을 통한 노동이사제 도입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은 노동이사제 확대의 첫 타깃일 뿐 새 정부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