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중 김명수 체제 첫 대법관 추천…非행정처 '외길'법관 유력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 2017.10.2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내년 1일 임기를 마치는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이번주 본격화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첫 제청권 행사인 만큼 어떤 인물이 선택을 받을지 주목된다. 제청 절차에서 그동안 강조해 온 자의성 배제, 심의 충실화 등 원칙이 지켜질지도 관심을 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23일 심의를 거쳐 3배수 이상의 추천인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들 가운데 2명을 단수 제청하게 된다.

이번 제청은 향후 교체될 대법관의 기준은 물론, 6년간의 사법부 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재판중심" 강조한 대법원장…'외길 법관' 제청 가능성

김 대법원장이 여러 차례 '재판중심 사법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 온 만큼 법원행정처 등 행정 경험이 적은 '외길 법관'이 제청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첫 대법관 인선이라는 점을 고려해, 법원행정처 출신이 아닌 법관을 대법관에 앉힘으로써 사법부의 수직적 구조를 완화하는 데 상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사법행정은 애초에 재판을 제대로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기구인데 그 규모와 실질적 권한이 비대해져, (사법부를) 끌고 나가는 경향 있었다"며 과도하게 집중된 법원행정처의 권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대법관은 법관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승진'으로 평가된다. 천거·추천·제청의 절차를 거치기는 하지만, 사실상 대법원장이 결정하는 구조여서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사법부의 수직화·서열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동안 법원행정처는 대법관으로 가는 주요 길목이었다. 1대부터 32대까지 법원행정처 차장 32명 중 71.8%인 23명이 대법관이 됐다. 16~32대만 놓고 볼 경우 법원행정처 차장 17명 중 16명이 대법관 또는 헌법재판관이 됐다.

이같은 편중 현상은 법원행정처 '입성' 및 조직에 대한 충성 경쟁을 야기시켜 사법부의 관료화와 경직성을 심화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합의기관으로서의 대법원 기능도 위협할 수 있다.

김 대법원장 본인도 법원행정처 경험이 없는 법관이다. 그는 대법원장에 지명된 이후 "저는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그것도 사실심 법정에서 당사자들과 호흡하며 재판만 해온 사람"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대법관 인선과 관련해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이 많다는 견해에도 일부 동의하지만 (대법관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며 "일선 법관이라고 해서 (대법관에서) 배제될 수 없고, 같이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추천위 위원에 법관회의 의장…일선 법관 의사도 수렴

이번 인선에서 추천위의 대법관 추천 과정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그동안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권이 대법원장에게 집중돼 있다는 비판과 관련해 자의적 개입을 막고 추천위 심의를 충실화·실질화 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은 대법관 제청대상자 3배수 이상에 대한 추천 권한을 추천위에 주면서도, 대법원장의 영향력 아래 제청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규칙 제7조(심사대상자 등의 제시) 제1항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추천위에 심의대상자로 제시한다'고, 제8조 제1항은 이들에 대해 '추천위는 대법관 적격 여부를 심사한 후 부적격으로 판정되지 아니한 사람을 후보자로 추천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뜻에 따라 특정 인물을 추천명단에 올리고 제청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제청권은 대법원장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삼권분립과 국민을 위해 부여된 것"이라며 "다른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자의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기조는 이번 대법원 인선에도 반영됐다. 법원조직법에 규정된 추천위 당연직 위원 6명 외에,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을 대법원장이 임의로 정할 수 있는 비당연직 위원에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인 이성복 수원지법 부장판사(57·사법연수원 16기)를 위촉한 것이다.

대법관 추천 과정에 일선 법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법관회의는 법관대표의 추천위원 참여 등을 담은 상설화 규칙안을 의결해 대법관회의에 제출하기도 했다.

추천위원에 위촉된 이후 이성복 부장판사는 각급 법원의 판사 대표들에게 공지해 천거된 대법관 후보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수렴 내용은 이번 추천위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측이 제시한 인물을 중심으로 반나절 동안 심의를 진행,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명목상의 역할을 맡아왔던 추천위의 역할이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심의 기간과 회의 개최 횟수 자체를 늘려 추천위 심의를 충실화하는 방안은 이번에는 실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한지 2달이 채 되지 못한 만큼 의견수렴 및 대법원 규칙 개정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은 규칙 및 법 개정 등 대법관 제청과정 투명화 방안에 대해 지속적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장의 심의대상자 제시 권한 등도 논의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김 대법원장은 임기 내 총 13명의 대법관에 대한 제청권을 행사하게 된다. 내년에는 1월 김용덕·박보영 대법관을 시작으로, 8월에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이, 11월에는 김소영 대법관이 법복을 벗는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