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례 빗대 노동시장 구조개혁 역설한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임금이 줄어든 일본 사례를 통해 국내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은은 19일 발표한 ‘일본 노동시장 여건과 과제’ 보고서에서 “일본의 노동시장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외견상 수급여건이 크게 호전된 것처럼 보이나 구조개선 지체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생산성 향상 제약 등의 문제가 상존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1997년 8700만명에서 올해 7600만명으로 20년간 약 1100만명 줄었다. 고용률은 75%로 2000년과 비교해 6.1%포인트 올랐다.
올해 2분기 구인자보다 구직자가 1.49배 많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0.48배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구인자가 늘었다. 일할 곳이 차고 넘친다는 의미다. 실업률도 완전고용 수준인 2.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근로자 임금은 오히려 줄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2001~2007년 -0.5%, 2011~2013년 -0.6%, 2014~2016년 -1.0%, 2017년 1~8월 -0.2%로 계속 뒷걸음질쳤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노동생산성이 회복되지 못한 탓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금융위기 이전의 92% 수준이다. 새로 생긴 일자리가 여성, 고령층 대상 비정규직이거나 임금 수준이 낮은 서비스업, 건설업에 몰린 점도 이유다.


일본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올해 5월 소매업, 음식업, 숙박업, 간호, 운송업 등 5개 서비스 분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국민운동추진협의회를 출범했다. 아베 총리가 의장이며 정부, 노사단체, 사업주가 모두 참여한다.

이와 함께 연소득 1000만엔 이상 고소득 전문직은 근로시간 규제(1일 8시간, 주당 40시간)에서 뺐다. 기업이 경영상 해고를 할 때 돈으로 보상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등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만 이런 개혁조치들이 뚜렷한 성과 없이 지연돼 일본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상태라고 한은은 평가했다.

고령화 여파로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우리나라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올해 1~8월 우리나라 실질임금 증가율은 0.3%로 성장률(3.1%)을 크게 밑돌았다. 같은 기간 미국(0.7%), 유로지역(1.2%)보다도 낮다.

한은은 “일본과 노동시장 구조나 관행이 비슷한 우리나라도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한은은 특히 △노동시장 유연화 △최저임금 인상 △외국인노동자 수용 등 사회적 갈등 소지가 큰 정책방안 및 효과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