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증시 '단절' 오래 못 간다"…조정 경고?

MSCI신흥시장지수(하양)-MSCI세계(선진국)지수 추이/자료=블룸버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드러진 실물경제와 증시의 단절이 계속될 수 없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선진국 증시가 부진한 성장세를 딛고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시장에 곧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서는 저성장 우려 속에 증시가 랠리를 펼쳤다. 반면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증시 성적이 부진했다. 경제성장률과 주가가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통념이 깨진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이런 움직임이 지켜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지만 똑같은 추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거로 내다봤다.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G7(주요 7개국)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를 보면 성장률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왜곡된 걸 알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증시는 2007년 이후 76% 올랐다. 상승폭이 인도 증시보다 10%포인트 이상 컸다. 반면 같은 기간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인도가 89% 늘었지만, 미국은 14% 커지는 데 그쳤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경제를 2배 이상으로 키웠음에도 증시는 오히려 35% 떨어졌다.


러시아는 성장률이 6.5%로 일본(5.1%)을 웃돌았다. 반면 일본 증시가 46% 오를 때 러시아 증시는 50% 하락했다.

다른 신흥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신흥국은 연간 6.6% 성장했다. 그 사이 MSCI신흥시장지수는 연간 0.6% 상승했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성장률이 높지만, 신흥국 특유의 취약성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에릭 라셀 RBC글로벌애셋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의 정정불안, 신흥시장 기업의 열악한 지배구조 등을 문제 삼았다. 선진국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이 신흥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도 신흥국 증시의 취약성으로 꼽혔다.

WSJ는 그렇다고 해도 증시와 실물경제 간 단절이 계속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물경제가 좋아지면 소득과 소비가 늘어 기업 실적을 뒷받침하고 이는 결국 주가 상승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신흥국과 선진국의 성장률 격차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IMF에 따르면 신흥국과 선진국 경제는 향후 5년간 각각 44%, 20% 성장할 전망이다. IMF는 2022년이면 신흥국이 G7을 능가하는 경제 규모를 갖게 될 것으로 봤다.

WSJ는 지난 10년간 이어진 성장률과 주가의 역설적인 상황이 4가지 방식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선진국의 성장세가 가팔라져 부쩍 높아진 주가 수준을 정당화하거나 선진국 증시가 더딘 성장세를 따라 하락할 수 있다. 반대로 신흥국의 성장세가 주가 수준에 맞게 약해지거나 신흥국 증시가 성장세를 따라 고
공 행진할 수도 있다.

WSJ는 4가지 요인이 어떤 식으로든 조합을 이룰 수 있지만 지금 추세가 계속되는 것만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에스와 프라사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증시와 실물경제의 크고 지속적인 단절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며 “지속되기 어려운 건 결국 끝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급격한 조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