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상장' 개편 놓고 당국과 업계의 '동상이몽'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한 '테슬라 요건 상장제도' 개편을 놓고 금융당국과 투자업계의 시각차이가 크다. 다음달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투자업계는 "시장에서 효과를 거두려면 보다 과감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 중 하나로 테슬라 상장제도 개선안을 고민 중이다.

테슬라 상장제도는 상장 요건에 미달되지만 상장주관사가 추천하는 기업에 한해서 상장 기회를 주는 특례제도다.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나스닥에 상장한 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참고해 만들어졌다.

테슬라 상장제도는 도입 10개월이 지나는 동안 한 번도 사용되지 못했다. 테슬라 상장 후 3개월간 주가가 공모가보다 10% 이상 하락할 경우 상장주관사가 공모가의 90%의 가격에 투자자들의 주식을 다시 매입하도록 한 풋백옵션 때문이다.

그동안 투자업계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풋백옵션 요건을 공모가의 90%에서 80%로 낮추고, 기간도 현행 상장 후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여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투자업계는 당국이 이 같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당국이 현재 고려 중인 개선안은 테슬라요건 적용실적이 있는 주관사만을 대상으로 풋백옵션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기업의 잠재성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주관사들이 무분별하게 상장을 권유해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 실적이 있는 증권사에만 인센티브 형식으로 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개선안이 논의되고 있는 데에는 테슬라 상장제도를 사용한 첫 상장사가 곧 나올 예정인 것이 영향을 끼쳤다. 미래에셋대우와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은 테슬라 제도를 통해 온라인쇼핑몰 등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제공하는 카페24 상장을 준비 중이다.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예비심사가 진행 중이며 이르면 다음달 상장이 가능한 상황이다. 당국은 기존 풋백옵션으로 상장이 추진되는 만큼 풋백옵션 자체를 더 완화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투자업계는 정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다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제도 시행 11개월 만에 처음 이용 회사가 나타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페24의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는 현재 초대형 IB(투자은행) 및 지배구조 문제로 현 정부 정책에 어느 정도 맞춰줘야 한다는 요인이 있지만, 나머지 증권사들은 현행 풋백옵션을 부담하면서 테슬라 상장에 뛰어들긴 어렵다"며 "혁신 벤처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문을 더 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풋백옵션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핵심 정책이라 금융당국도 아예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인센티브 형식으로 풋백옵션을 완화해주는 것으로는 증권사들이 큰 매력을 느끼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