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빚더미 '파산철' 나올라…공사 멈추고, 투자도 줄여

충분한 재정 확보나 제대로 된 사업 타당성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추진되던 중국의 지하철 사업이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말 출범한 ‘시진핑 2기 지도부’가 부채 감축을 통한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심사 지연은 물론 이미 시작된 공사까지 멈춰 서고 있다. 철도 분야 투자도 줄면서 중국 고용시장과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중국, 인프라 사업 심사 강화…철도 분야 투자도 감소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중국 내 대형 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최근 전국 지하철 개발계획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

차이신은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을 인용해 “NDRC가 지방 지하철 개발 사업에 대한 승인 기준을 높이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기술적 타당성만 갖춰지면 승인을 해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방정부 재정 상황까지 자세히 살피겠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부족한 재정에도 대출에 기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지방정부가 많았다.

실제로 최근 지하철 공사가 중단된 네이멍구자치구 바오터우에서는 시정부가 300억위안(4조9656억원) 규모의 지하철 건설 사업을 추진하면서 180억위안 가량을 대출로 충당했다. 바오터우의 이웃 도시 후허하오터에서도 사업성과 재정 부족으로 지하철 3·4호선 공사가 멈춰 섰다.


철도교통 분야에 대한 고정자산 투자도 크게 줄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4년에만 16.6% 늘었던 철도 고정자산 투자는 2015년 0.6% 증가에 그치더니, 작년에는 0.2% 감소했다. 올해도 1~10월 0.4% 증가에 그치고 있다.

◇ 무분별한 사업 추진에 제동…경제성장에 영향 줄까

최근 몇 년간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지하철 공사가 일상이었다. 정부가 경기 부양과 교통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확충을 명분으로 지하철 건설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중국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 지하철 개통 도시는 2012년 16곳에서 2016년 28곳으로 증가했다. 수도 베이징에서만 무인 운행 전용선인 옌팡선(燕房線), 자기부상열차를 위한 S1선, 서부 교외를 달리는 궤도전차(트램) 시자오선(西郊線)이 연내 개통을 앞두고 있다.

고속철도도 세계의 60% 이상인 2600대가 운행 중이며, 고속철도 길이도 2만㎞를 넘어섰다. 중국 정부 계획대로라면 중국의 고속철도 길이는 2030년 4만5000㎞까지 늘어난다.

블룸버그는 “세계 금융위기 극복과 고용 유지 등을 위해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많은 인프라 사업을 옹호해왔다”면서 “(인프라에 대한) 이런 지출은 경제성장률을 두 배 이상 부풀리는 지렛대로 보였지만 지금은 당국이 통제해야 하는 위험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6일 바오터우의 지하철 공사 중단과 관련 “중국 정부가 금융위험 통제를 위해 경제 성장을 희생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