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코스닥 '닷컴버블' 재연되나… 경계감 확산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추석 연휴 이후 가파르게 오른 코스닥이 10년 만에 최고치로 마감했다. 하지만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만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스닥 움직임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0일 코스닥 지수는 전장대비 9.47포인트(1.22%) 오른 785.32에 마감했다. 2004년 1월 지수변경 이후 전 고점인 794.08(2007년 11월7일)을 약 10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 따른 기관 매수세 유입과 중국과 갈등 해소, 제약 바이오 업종의 실적 기대 등이 겹치면서다.

신중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2000년 IT버블 때를 떠올린다. 지금 일부 바이오주 위주로 오르고 있는 코스닥 시장이 벤처·인터넷 기업의 닷컴붐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닷컴 신드롬이 지속될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이 있었고 정부 정책도 뒷받침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벤처육성 정책을 펼치면서 코스닥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적자 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한 뒤 우량 기업으로 변신하는 일이 빈번했다.

미래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이기 때문에 당장은 적자라 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창출할 것이란 믿음이 만연했지만 닷컴 붐은 결국 버블 붕괴로 끝났다. 투자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수익은 쉽게 현실화하지 않았고 기대감에 따른 과도한 주가 상승은 하락 요인으로 바뀌었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2000년 3월 5000포인트를 웃돌았지만 그해 말에는 2000포인트 초반으로 하락했다. 코스닥 역시 2000년 초 300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지만 연말엔 500포인트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닷컴 대장주였던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49,100원 ▲2,200 +4.69%))은 1999년 11월 상장 후 12월 말 최고 38만6500원까지 상승했으나 2000년 종가는 1만4700원을 기록하며 96.2% 하락했다.

2015년에도 코스닥은 큰폭으로 상승한 뒤 급락했다. 당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 (146,500원 ▲4,400 +3.10%)을 중심으로 화장품 버블이, 코스닥시장에서는 바이오 버블이 나타났다. 코스닥은 2015년 7월21일 장중 788.13을 터치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7개월 동안 약 50% 상승했다.

하지만 2015년 8월 중국 경제 불안과 위안화 절하, 미국의 9월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는 큰폭으로 하락했다. 국내 증시도 타격을 받아 코스닥은 610선까지 하락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미래에 대한 투자로 바라보는 관점은 적절하지만 실체가 없는 것에 대한 투자는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의 사례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살아나면서 코스닥도 상승세가 예상되지만 현재 일부 종목 중심의 상승은 속도가 너무 빨라 조정이 예상된다"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 (177,100원 ▲6,100 +3.57%)이 코스피로 이전상장하면 코스닥 1위 대장주가 될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0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 감소했고, 매출은 1980억원으로 14.2%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매출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날 상한가를 기록한 신라젠은 3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3분기 누적 영업 손실이 372억원에 달한다.

한편 2014~2015년에도 거시경제 환경이 내수소비재를 지지해 코스닥 강세장이 나타났는데 올해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4년 초 글로벌 경기가 피크아웃한 이후 경기둔화 국면이 이어지면서 경기에 민감한 자본재 업종보다는 내수소비 업종의 이익 개선이 부각됐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경기와 우리나라 수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될 수 있는 만큼 대형주 쏠림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경기와 이익 모멘텀만 감안했을 때 현재 코스닥의 오름 속도는 너무 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