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엔카 온·오프 모두 철수 "중고차 아닌 공유차 투자"

SK엔카 유레카앱

SK그룹이 중고차 거래사업 SK엔카와 관련된 모든 지분을 털어내고 공유차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중견기업 적합업종으로 규제돼 시장점유율을 3% 이상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자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 모두를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SK는 20일 자회사 SK엔카닷컴의 경영권 지분 50.0001%(25만1주)를 호주 카세일즈홀딩스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가격은 2050억원으로 주요 매각 조건 합의와 매매 계약은 지난 17일에 체결했다.


SK가 영위한 SK엔카 사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뉜다. 온라인은 SK엔카닷컴이란 법인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를 열고 중고차 매매를 중개한 것이다. 직영 매물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중고차 매매상들이 매매를 위해 전시를 하고 싶은 자동차를 엔카닷컴 사이트에 사진과 정보를 적어 올리면 이를 광고 홍보해주는 역할이다.

SK엔카닷컴은 지난해 337억원의 매출액과 131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알짜다. 이 회사는 온라인 중개업으로 오프라인 규제인 3% 룰을 적용받진 않는다. 그러나 SK는 오프라인 사업을 정리한 마당이라 본체가 없는 상황에서 부수 사업을 지속하는 게 재계 2위 그룹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SK는 이미 3년 전 SK엔카닷컴을 분리 독립시키며 지분 49.999%를 호주 카세일즈닷컴에 1175억원에 팔아 조인트벤처 형태를 유지했다. 이번에 나머지 지분 전량을 사업 파트너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SK는 이에 앞서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업을 영위하는 SK엔카 법인지분 100%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이달 초 매각했다. SK엔카는 전국에 26개 직영점을 두고 6만 8000여대의 중고차를 직접 거래해 8189억원의 매출액을 거둔 시장 1위 사업자(2016년 기준)다. 하지만 사업이 중기적합 업종으로 2013년에 분류돼 공격적인 영역확장에 어려움을 겪자 매각을 선택했다.

SK는 SK엔카를 약 200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014년 3월과 이번 거래를 통해 SK엔카닷컴 지분으로 3225억원을 거둬들였다. SK엔카와 엔카닷컴 지분을 팔아 3년간 총 5225억원 안팎의 현금을 확보한 셈이다.

SK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를 강조하는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에 따라 자율주행과 카쉐어링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다. SK는 이미 투자한 쏘카와 투로, 풀러스 등 공유경제 기반 업체에 집중할 계획이다. 미래 자동차 사업을 위한 플랫폼을 조성할 방침이다.

SK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기반의 카쉐어링 환경에 대비해 나간다는 전사의 큰 방향과 중고차 사업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엔카 매각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 차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