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시장, 연말 앞두고 감속 본격화?

최근 3개월 간 중국 10년만기 국채 금리 추이/자료=인베스팅닷컴 캡쳐

지난주 위험자산 약세 후 신흥시장이 올해 보여준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주 정크본드, 미국 증시, 원자재 등 대부분의 위험자산 시장에서 변동성이 커졌다. 동시에 금, 엔, 스위스 파랑 등 안전자산은 상승했다. 안전자산 강세 속에 심지어 유로까지 상승세가 확산됐다.


◇2015~2016년 중국發 신흥시장 급락장 재현? 위험자산 약세 속 시장 긴장

위험자산 약세를 초래한 요인 중의 하나는 '중국'이다. 중국이 지난주 발표한 10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등 경제 지표가 예상을 밑돌며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중국의 과도한 금융 레버리지에 대한 우려를 밝혀 왔다는 점도 시장이 긴장하는 대목이다. 지난주 10년만기 중국 국채 금리는 2014년 후 고점으로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며 이 같은 시장의 걱정을 보여줬다.

신흥시장의 행보를 전망하는 데 있어 '중국'에 대한 관측은 결정적이다. 신흥국은 대부분 원자재 생산이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데, 중국 경제성장 속도는 원자재 수요의 증감과 직결된다. 실제로 2015년 8월과 지난해 1월에도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고조되며 신흥국 자산이 대거 약세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이먼 데릭 BNY 멜론 투자전략가는 "중국에 대한 우려, 미국의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 베네수엘라 및 짐바브웨 관련 지정학적 위험들은 신흥국이 연말에 접어들며 상기해야 할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위체 그론버그 BNP 바리파 애널리스트는 "신흥국, 특히 아시아와 중앙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견고하고 수출은 몇 년 새 가장 강력하다"면서도 "시장의 지난주 추이는 우려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자산에서 발생하는 자산유출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흥국이 좋은 펀더멘털을 유지해도 투자자의 불안감으로 통화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사샤 티하니 TD 증권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점점 더 눈에 띄게 긴장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보호하길 원해 차익실현에 나서면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터키 리라, 브라젤 헤알, 남아공 랜드 등은 지난달부터 급격히 하락했다.

◇ 원화 등 일부 신흥국 통화가치는 상승…급락 없어도 내년엔 올해 같은 상승세 기대하기 어려워

그러나 모든 신흥국 자산이 흔들리는 건 아니다. 여러 지역 중에서도 아시아 자산은 꽤 안정적이다. 심지어 지난주 위험자산 약세 속에서도 한국 원화는 달러 대비 2.5% 절상됐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과 강력한 성장 전망 등이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의 통화가치가 상승했고, 인도 루피는 무디스의 인도 신용등급 상향으로 올랐다.

피터 키슬러 노스애셋매니지먼트의 신흥국 펀드 운용 담당자는 "아시아 통화가치와 신흥국 자산 전반과의 상관관계가 거의 없어졌다"며 "(아시아 통화는) 그냥 고유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실제로 둔화될지라도 2015년이나 지난해 같은 투매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주장도 있다. 하비에르 호바세 까르미낙 애널리스트는 "오늘날엔 중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중국경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샤니엘 람지 피크테 자산운용 애널리스트도 시장이 급작스럽게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신흥시장이 1년 가까이 시장이 낮은 변동성 속에 랠리를 이어 온 만큼 다소간의 숨고르기는 놀랄 일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투자자들이 일부 위험자산에 대해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시장의 (상승)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며 "올해는 어디에 투자해도 (수익률이) 괜찮았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