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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에 소개된 맛집 '사리원불고기' 대표의 눈물

대전 '사리원면옥'과 상표권 분쟁, 25년 키운 사업 위기…
나성윤 대표 "고유지명이 특정인 상표라니 납득 안 돼"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입력 : 2017.11.21 15:36|조회 : 9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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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상표권 소송에서 패소해 '사리현'으로 교체한 간판, (오른쪽 위부터)서초 사리원 매장 간판과 메뉴 설명서 등에서 임시로 '원'을 뗀 모습. /사진제공=사리현불고기
(왼쪽)상표권 소송에서 패소해 '사리현'으로 교체한 간판, (오른쪽 위부터)서초 사리원 매장 간판과 메뉴 설명서 등에서 임시로 '원'을 뗀 모습. /사진제공=사리현불고기
"25년간 운영한 매장 간판을 제 손으로 떼는데 억울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사리원이 북한에 있는 도시여서 인지도가 떨어진다 해도 실향민들에겐 고향이고, 추억입니다. 특정인이 지명을 상표로 등록해 독점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게 말이 됩니까."

나성윤 사리현불고기(옛 사리원불고기) 대표(53)는 지난 5월 매장간판을 교체하던 상황을 설명하며 긴 한숨을 내뱉었다. 나 대표가 1992년부터 운영해 온 사리원불고기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소개된 국내 대표 불고깃집이다.

나 대표는 고향인 황해도 사리원식 불고기를 팔던 외할머니로부터 1992년 가게를 물려받아 '사리원불고기'라는 상호를 내걸었다. 나 대표가 경영을 맡으면서 사업도 나날이 번창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 9개 직영매장을 열었고, 정·재계 인사를 비롯해 유명인들이 단골식당으로 '사리원불고기'를 꼽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서울시, 한국관광공사 등이 선정하는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현지기업에 지역 총판권을 주는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필리핀에도 진출했다.

나 대표는 "할머니가 고향에서 해먹던 황해도식 불고기 양념에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남편을 위해 설탕 대신 12가지 야채와 과일로 맛을 낸 것이 소스의 비밀"이라며 "한국 대표 음식인 불고기를 해외에 널리 알릴 방안을 모색했고 구체적으로 해외진출 계획도 세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5년 8월 한 통의 내용증명을 받으면서 이 같은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대전 '사리원면옥' 냉면집으로부터 온 내용증명에는 '1996년 특허청에 출원한 자신들의 상표권(사리원)을 침해했으니 매장 이름을 바꾸라'는 다소 황당한(?) 주장이 담겨 있었다. '사리원면옥'은 또 나 대표를 상대로 민사소송과 형사고발(서비스표권 침해)까지 제기했다.

"지명을 독점 상표로 출원했다고 하니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습니다. 백방으로 알아봤는데 과거 상표법 기준이나 판단 근거가 어찌나 허술하던지요. 상표로 등록한 지 20년이나 지나서 갑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의도도 석연치 않았고요."

나 대표가 '사리원면옥' 상표 출원에 의문을 품은 것은 본인 역시 사업을 시작하던 1992년 특허청에 '사리원불고기'로 상표 출원을 하려다 포기한 적이 있어서였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은 상표 등록이 불가능하다'는 상표법 조항에 따라 황해도의 지명인 사리원은 상표로 출원이 안 된다는 판례가 이미 여러 건 있었다.

나 대표는 "당시 상표 출원을 고민했던 것은 지명을 독점해 고향 사람들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 사업을 보호 차원이었다"며 "하지만 특허청이 1988년 이후 사리원에 대한 상표 등록을 줄곧 거절했기 때문에 다른 사업자도 출원할 수 없을 것으로 믿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나 대표가 상표 등록을 포기한 지 4년 뒤 대전의 사리원면옥은 상표를 출원했다. 사리원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지만 '등록된 상호'라는 예외 조항을 적용받아 등록이 가능했다. 하지만 상표법의 이 예외조항은 2002년 삭제됐다.

나 대표는 "사리원면옥이 사리원이라는 명칭을 독점할 수 없다"며 특허법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해 간판, 메뉴판 등에서 사리원 상호를 뺀 상태다. 현재는 대법원에 항소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 사리원면옥 측은 앞선 소송에서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 지났기 때문에 사리원이 잘 알려진 지리적 명칭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 대표는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예외조항을 앞세워 등록한 상표 때문에 25년 이상 키운 브랜드를 쓸 수 없게 됐고 생업이 엉망이 됐다"며 "무엇보다 법원이 제시한 기준도, 근거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어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필드 등 복합쇼핑몰, 주요 백화점 등 유통 채널 입점 등을 논의하던 사업계획도 상표권 문제로 모두 틀어졌다.

나 대표는 "대전에서 냉면을 주로 팔던 사리원면옥이 불고기를 메뉴에 넣었고 최근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표를 출원한 지 20년 만에 갑자기 독점권을 주장한 배경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지명을 특정인에게 상표로 내주지 않는 것은 사용의 자유가 침해되고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대법원이 이 같은 법리의 기본 취지를 바로 세워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지유
송지유 clio@mt.co.kr

머니투데이 산업2부 송지유 차장입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몰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유통산업을 비롯해 패션, 뷰티 등 제조 브랜드 산업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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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dhs1109  | 2017.11.21 23:37

대체 엉터리법은 누가자꾸 꾸역꾸역만드나 쓸데없는 이념 지역 선동이나하는 국개넘들 청년법 단통법이나 없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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