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롯데쇼핑 100만여주 처분…2000억 실탄 마련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쇼핑 보유 지분을 처분해 현금 2000여억원을 마련했다. 2015년 시작된 경영권 분쟁 이후 신 회장이 주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금으로 한·일 롯데 경영권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각종 단기대출금 상환, 소송 비용 등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21일 신동빈 회장이 시간외 매매를 통해 롯데쇼핑 보유 주식 3.57%(100만2883주)를 2146억원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매각가는 21만4000원으로 이날 종가인 22만5000원보다 4.88% 낮은 가격이다. 이번 주식 처분으로 신 회장의 롯데쇼핑 지분은 종전 13.46%에서 9.89%로 줄었다. 신 회장과 특별관계자 13명이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율도 64.01%에서 60.45%로 낮아졌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지주사 출범에 따른 순환출자 해소와 각종 소송 등에 필요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롯데쇼핑 지분 일부를 판 것"이라며 "주식담보대출 등 개인적인 부채를 일부 상환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이번 주식 매각대금으로 롯데지주 지분을 늘리는 등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것이 재계 관측이다. 이날 현재 신 회장의 롯데지주 주식은 10.51%다. 롯데정보통신, 한국후지필름, 대홍기획 등 주요 계열사가 보유한 롯데지주 주식을 신 회장이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들 계열사는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새로 설립된 롯데지주 지분을 취득했는데, 이것이 신규 출자전환 고리를 형성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 설립 후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되면 6개월 이내에 해소해야 하는 만큼 롯데지주는 내년 4월까지 이 고리를 정리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남아 있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지분을 롯데지주에 출자해 지배력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며 "롯데지주를 활용해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은 2015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롯데제과 지분을 매입하는데 주력해 왔다. 2015년 8월 롯데제과 지분 1.9%(1만900주)를 매입한 데 이어 10월 2.1%(3만주)를 추가 매입했다. 지난해 1월 롯데제과 주식 4만여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이 9.07%로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