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美 세탁기 통상 압력 이슈에 함구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한국무역협회가 수출업계가 직면한 미국 통상압박에 말을 아끼고 있다. 코엑스를 통한 임대사업에는 열을 올리면서 정작 회원사들의 어려움에는 입을 닫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출 확대를 측면 지원해야 할 대표적 민간단체가 본연의 역할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역협회는 22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 (77,300원 ▼1,300 -1.65%)와 LG전자 (92,400원 ▲200 +0.22%)의 세탁기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권고안만 나온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결정을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역협회는 같은 이유에서 태양광전지 통상이슈에도 입을 닫은 바 있다. ITC는 한국산 태양광전지에 최대 35%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확정한 상태다.

이와 관련 무역업계 관계자는 "협회라는 곳이 정부나 기업이 대놓고 하지 못하는 목소리들을 대변하는 역할도 있는데, 세이프가드 등 미국의 일방적 보호무역주의 공격에 아무 말 없이,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는 말로 최종 결과만 기다리는 것은 역할을 방기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만을 남겨둔 세탁기·태양광전지 통상이슈는 관련 업계에서도 이제 공이 정부로 넘어간 상태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나 업계가 외교적이거나 통상적 문제로 인해 말하기 껄끄러워하는 부분은 협회 차원에서 맡아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별다른 대응 논리도 제안하지 않은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 아니냐며 '무역협회 역할론'을 제기한다.

미국 통상 압박은 비단 세탁기와 태양광에만 그치지 않는다. 수입산 철강제품의 안보위협(무역확장법 232조 의거) 조사가 진행 중인 철강과 반덤핑 조사에 직면한 한국산 페트 수지 등 연관 제품 영역이 넓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역협회는 수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표적 민간 경제단체"라며 "신임 회장 선출로 협회 본연의 역할 강화가 기대됐지만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