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 대표 "탈북자 본국 송환 절대 안돼"

22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UNHCR) 서울 사무소에서 필리포 그란디 UNHCR 최고대표 방한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제공=유엔난민기구 (UNHCR)

"한국은 독자적 난민법이 제정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재정적 지원도 많이 합니다. 방한 기간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당부와 함께 난민 관련 한국의 법제도 개선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60)가 22일 오후 서울 무교동 UNHCR 서울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몇 년 사이 한국이 주요 기여국으로 성장해 방한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정부는 UNHCR에 2000만~2500만 달러, 민간이 3600만 달러 정도의 재정지원을 한 것으로 예상된다. UNHCR은 128개국에서 약 6000만명의 난민·귀환민·국내 실향민과 무국적자들에게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는 국제기구다. 올해 예산 규모는 73억 달러(약 7조9500억원)다.

그란디 최고대표는 2016년 취임 후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20일 서울에 도착한 그란디 대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과 잇따라 면담하고 이날 오후 마지막 일정으로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났다.

이낙연 총리와 회담 직전 기자회견을 연 그란디 대표는 이 총리에게 앞선 장관 면담 결과를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난민심사인정제도 개선과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 유지 필요성을 설명하고 한국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등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란디 대표는 "한국의 난민법과 제도 등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박상기 장관에게도 말했다"며 "난민인정절차는 정확하고 신속해야 하는데 한국의 제도가 개선될 수 있게 전문기구인 UNHCR이 도울 수 있다는 말에 박 장관도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전했다.

올해 우리 정부에 약 1만1000명이 난민지위를 받기 위해 신청했는데 이는 2010년(500여명)의 20배 가까운 규모다. 물리적으로 기존 난민인정제도를 원활하게 운영하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 정부가 3년간 시범 운영한 재정착 프로그램을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다른 나라에 있는 난민 중에 적응이 어려운 경우 국내로 데려와 정착시키는 프로그램으로 86명의 미얀마 난민이 성공적으로 국내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란디 대표는 박 장관에게 지원 난민 숫자와 지역을 확대해 프로그램을 정식 운영하는 방안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 강경화 장관과 면담 관련 그란디 대표는 세계 곳곳에 있는 탈북 난민 문제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북한 내부의 인권침해 문제 때문에 전 세계 모든 정부는 탈북 난민 신청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난민의 목숨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탈북 난민 본국 송환 문제에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란디 대표는 "애석하게도 북한과 중국 경계 지역 접근권이 우리에게 없다"며 "탈북 난민 발생 소식이 들리면 중국 정부와 접촉을 하긴 하지만 중국 정부가 먼저 관련 지원을 해달라고 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는 강제본국송환 금지가 원칙이라고 중국 정부에 말하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그란디 대표는 갈수록 난민이 늘고 있다며 한국사회의 더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근본적으로는 난민을 만드는 전쟁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당부했다. 2주 전 유엔(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연설한 그란디 대표는 이날 "안보리 회원국들은 난민이 자신의 영토에 들어오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전쟁을 막는 데 제 역할을 못했다"며 "분쟁을 종식하고 난민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안보리 회원국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