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탁기 관세 폭탄, 삼성·LG 수출 반토막 우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2일 3년 동안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세탁기 수입물량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내면서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와 LG전자 (91,200원 ▼1,400 -1.51%)에 비상이 걸렸다.


상황에 따라 많게는 100만대 가량이 50% 관세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여 최대 수출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 최대 100만대 관세 50% 영향권…120만대도 20% 부과 가능성 =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 물량은 연간 230만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액수로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다.

미국 내 세탁기시장 점유율이 월풀 38%, 삼성전자 16%, LG전자 13%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120만대, LG전자가 110만대가량을 수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ITC는 저율관세 할당량으로 제시한 120만대를 넘는 수입물량에 대해 3년에 걸쳐 1년차에 50%, 2년차에 45%, 3년차에 40%의 관세를 물리자는 권고안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 양사의 기존 수출물량 가운데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100만대 가량에 40~50% 수준의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양사 모두 아직까지 미국 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세탁기는 없다.

구체적으로 LG전자의 경우 베트남과 태국 등 해외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 80여만대가 '관세 50%' 범주에 든다. LG전자가 국내(창원공장)에서 제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20여만대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관세 대상에서 빠진다.

삼성전자는 모든 세탁기를 베트남과 태국 등 해외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한미 FTA의 수혜를 보지 못하고 전량이 '관세 50%' 영향권에 노출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에 따라선 저율관세 할당량 120만대 이내 물량에 대해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ITC는 120만대 이하에 대해선 관세를 물리지 말자는 안과 1년차에 20%, 2년차에 18%, 3년차에 15%를 물리자는 안으로 2가지 의견을 낸 상태다.

120만대 할당량 이내 물량까지 '관세 20%'가 부과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미 세탁기 가격경쟁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 현지공장 생산 앞당긴다지만 가동시점·부품관세에 발목 = 전문가들은 미국 내 행정절차를 감안할 때 세이프가드가 내년 2월쯤 발동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건설하고 있는 가전공장 완공을 내년 1분기로 앞당겨 매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당초 2019년 1분기로 예정된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완공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6개월가량 앞당기기로 했다. 한미 FTA에 따라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되는 창원공장 수출물량을 늘리는 방안은 생산능력을 감안해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미국 현지 생산공장이 완공되더라도 당장 수출물량을 대체할 정도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계적으로 생산물량을 끌어올리기까지 관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ITC가 세탁기 부품에 대해 1년차 5만대 초과물량에 50%, 2년차 7만대 초과물량에 45%, 3년차 9만대 초과물량에 40%의 관세를 물리는 안을 낸 것도 현지공장 초기 가동을 발목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모터나 구동축 같은 부품은 협력사에서 납품받아 생산공장에서 조립, 완성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부품을 미국 현지에서 조달하지 않는 이상 부품 관세에 따른 원가부담을 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ITC가 모든 세탁기에 50% 관세를 매기라는 월풀의 요청을 거부하고 일종의 절충안을 냈다고 하지만 권고안 중 가장 낮은 수위인 120만대 초과물량에 대한 관세 50%만 확정돼도 최대 100만대까지 관세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120만대 이하에 대한 관세나 부품 관세까지 적용된다면 타격은 더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