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090원'도 깨졌다…원/달러 환율 2년6개월來 최저

원달러 환율이 1,089.10원으로 마감된 22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강력한 지지선이었던 '1090원선'이 깨지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6.7원 내린 1089.1원에 마감했다. 이틀째 하락이다.

이는 전날(21일) 기록한 종가기준 연저점 1095.8원을 갈아치운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080원대에서 거래를 마친 것은 2015년 5월19일(1088.1원)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뉴욕 NDF(차액결제선물환) 시장에서의 원/달러 1개월물 종가를 반영해 전일대비 4.8원 내린 1091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17일 기록한 장중 연저점(1093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개장과 함께 연저점을 갈아치운 셈이다.

이후 낙폭을 확대하며 1089.5원까지 내렸다. 지난해 9월7일(1089.7원) 이후 처음으로 장중 1090원선이 붕괴됐다. 1090원선이 깨지자 외환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 물량이 유입됐다. 이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은 1094원까지 하락폭을 되돌렸다.


그러나 역외 세력들의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오후 1시30분쯤 다시 1090원 아래로 향했고 이 시도도 당국 추정 물량에 막혔다. 이후 1090원대 초반에서 등락하던 원/달러 환율은 장 마감 직전 1090원 하향 돌파에 성공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3일까지만 해도 1120원을 웃돌았으나 7거래일 간 30원 넘게 하락했다.

국내 경기 회복세와 주식시장 호조 등으로 원화가치가 강세를 나타낸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도 밤새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강화되며 외국인들이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에 나섰다. 코스피지수는 9.81포인트(0.39%) 오른 2540.51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427억원 '사자'였다.

달러 약세 분위기도 한 몫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21일(현지시간) 한 행사에서 "기준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물가상승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점진적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한 영향이다.

그간 강력한 지지선이었던 1090원선이 깨진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9월7일에도 장중 1090원이 깨졌으나 당국 개입 추정 물량이 들어오며 종가 1090원은 지켜졌다. 이날도 당국은 1090원선을 하회할 때마다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선이 무너지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1090원 이후 유의미한 하단은 1060원대 중반인데 당국이 개입에 나서지 않는 이상 1060원대까지 하락할 여지가 남아 있다"며 "오늘 역외 시장의 흐름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원/엔, 원/유로 재정환율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원/엔 재정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2.89원 내린 100엔당 971.2원을 기록했다. 원/유로 재정환율도 1유로당 1279.53원으로 7.49원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