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오해다" "불법파견 맞다" 파리바게뜨·고용부 법정서 팽팽한 기싸움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박상빈 기자

2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파리바게뜨에서 제빵사가 빵에 들어갈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본사, 협력업체, 가맹점 등 전국 68곳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를 21일 발표하고, 불법파견 제빵기사 5378명을 파리바게뜨 본사가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한편 협력사 대표들은 "고용노동부 조사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이대로라면 가맹점주가 제빵기사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송을 비롯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7.9.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빵기사는 가맹점주를 위해 근무하는데 가맹점을 제외하고 파리바게뜨 만을 불법파견 (주체로) 판단하는 것은 전제부터 맞지않다."(파리바게뜨 측 법무대리인 김앤장)

"모두 업무지시는 파리바게뜨가 했으니 실질적인 제빵기사 고용주가 맞다. 협력사를 끼운 것도 파리바게뜨 뿐이다."(고용노동부측 법무법인 시민)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행정법원 대법정. 제빵기사 직접고용 시정지시의 집행정지 여부를 놓고 파리바게뜨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소송의 심리에서 양측은 열띈 공방을 벌였다. 이번 소송은 본안소송에 앞선 전초전이다.

고용부의 시정지시 자체가 옳은지 판단하기 앞서 시정지시의 효력을 정지시켜 본안소송에 들어갈만한 사안인지 여부를 포괄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다. 핵심 쟁점은 고용부의 시정지시가 '행정처분'에 해당해 집행정지 신청의 판단 대상인지 여부와 파리바게뜨 업무지시의 위법성 여부다.

양측은 시정지시가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지부터 팽팽하게 대립했다.

파리바게뜨측은 "피신청인(고용부)은 시정지시가 행정지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근로감독 결과 시정할 것과 결과에 대한 증명을 보고하라고 여러 번 의무를 부과한 만큼 처분(명령)의 내용과 요건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처분서만 살펴봐도 권고가 아닌 명령으로 읽히는 만큼 집행정지 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고용부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반면 고용부측은 "시정지시는 행정지도에 해당하고 이는 과태료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내사단계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시정기회를 준 것인데 바로 법원에 바로 집행정지를 신청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불법파견 법리적용을 놓고도 양측은 치열하게 맞섰다. 파리바게뜨측은 "제빵기사들은 기본적으로 가맹점주를 위해 근무하는데 독립사업자인 가맹점을 제외하고 파리바게뜨와 제빵사의 관계만으로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맞지않다"고 주장했다. 또 "(고용부는) 지휘명령이 종속적인지, 실제 파견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하는데도 일부 지시나 업무처리 등으로 전적으로 (불법파견으로) 인정하는 것은 법률관계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리바게뜨 측은 "이번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져도 누구도 피해를 보지않는 만큼 (시정지시 이행을) 강제할 이유가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반면 고용부측은 "가맹사업법상 규제대상은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이고 협력사는 해당하지 않으며 협력사를 중간에 끼우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제빵기사의 사용자가 누구냐는 것으로 협력사와 제빵기사가 근로계약을 하지만 실질적인 지시는 파리바게뜨가 내리는 만큼 실질 고용주가 맞다"고 반박했다.

심리는 1시간가량 소요됐다. 재판부는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들었으며 다음주 29일 이전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용 또는 기각 여부는 24일에서 늦어도 27일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인용이 되면 파리바게뜨는 본안소송 판결시까지 시정지시 효력이 정지돼 1년 이상 시간을 벌게 된다. 이 기간 파리바게뜨는 3자 합작사 설립 및 제빵기사 전직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제빵기사 대다수가 합작사로 옮겨갈 경우 현실적으로 고용부가 수용해 사태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가처분이 기각되면 다음달 5일이후 고용부 결정에 따라 5300여명에 달하는 제빵사를 직접 고용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530여억원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검찰고발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파리바게뜨는 항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