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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등장으로 무조건 금융인력을 줄이기 보단…"

[이코 인터뷰]한국금융연수원 조영제 원장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11.29 06:30|조회 : 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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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계와 산업계, 정계와 학계 등의 관심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사진=김창현 기자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사진=김창현 기자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의 등장으로 금융인들을 무조건 줄이긴 보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올해 초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전체 직원의 6%에 해당하는 2000명을 해고했고, 영국 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는 대신 투자자문 부문에서 550명의 인력을 감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등 첨단기술이 확산되면서 고용 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산업을 뿌리 채 뒤엎는 혁명이 금융시장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금융연수원의 조영제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과거처럼 무조건 인력을 내보내는 방식보다는 체계화된 기술교육과 철저한 훈련을 통해 기존 인력들이 새로운 시대에 잘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포용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앞으로는 핀테크(Fin-Tech)가 아닌 테크핀(Tech-Fin)시대

빅데이터와 AI, 로봇, 클라우드컴퓨팅, 블록체인 등 고도의 첨단기술이 확산되면서 금융산업 역시 혁명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금융산업이 과거 대면거래에 의존하던 ‘금융 2.0 시대’에서 벗어나, 지금은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을 통한 비대면거래 방식의 ‘금융 3.0시대’에 와 있고, 앞으로는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개인별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연결하는 ‘금융 4.0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원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금융회사들이 빅데이터와 AI 등을 활용해 고객들의 소비성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가상의 니즈(needs)까지 정확히 예측해 개인별로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일종의 '플랫폼 방식의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금융의 변화를 금융회사가 아닌 ICT 기업들이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첨단 ICT 기술을 통해 금융의 소비자와 생산자가 폭넓게 연결되는 공동의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통해 혁신적인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적시에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특히 금융업은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앞으로는 규제에서 보다 자유로운 ICT기업들이 금융산업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면서 ‘핀테크’가 아닌 ‘테크핀’ 시대를 열어갈 것임을 예견했다.

우선 당장의 좋은 사례가 바로 카카오뱅크나 K뱅크와 같은 ICT 금융기업들의 등장이다. 아직 단순한 디지털 뱅킹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기존의 은행과는 차별화된 빠르고 편리한 신종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제공해 국내 금융산업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조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결국 플랫폼을 장악하는 자가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금융기관들과 혁신적인 ICT기업들이 상호 협력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우리만의 강점을 가진 혁신적인 공동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무조건 내보내는 게 아닌 '사람중심의 구조조정' 절실

AI나 로봇 등과 같은 첨단기술이 기존의 금융인들의 자리를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다. 실제로 2015년 부임한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는 ‘골드만삭스는 IT 회사’라고 선언할 정도로 IT 기술 역량을 강조했다.

그 결과 3만5000명의 골드막삭스의 전체 직원 중 컴퓨터 엔지니어의 비중이 거의 4분의1에 달하며 한때 600명에 달하던 주식 매매 트레이더가 이젠 소프트웨어를 유지·관리하는 엔지니어 단 2명으로 대체됐다.

국내에서도 이미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의 확산으로 최근 5년 동안 500여개의 오프라인 은행 지점이 사라졌고, 이 기간에 4대 은행을 떠난 직원은 7000명에 육박한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현실에 안주하다가는 결국 어느 시점에 금융인력을 대규모로 내보낼 수밖에 없는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맞이할 수 있음을 조 원장은 경고했다.

그러나 조 원장은 "구조조정을 무조건 사람을 내보내는 것이 정답이라고 이해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금융인들에게 첨단 IT기술 교육을 강화해 새로운 환경에 무난히 적응하도록 하는 경영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때 세계 필름시장을 지배해오다가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이했으나, 사진필름 제조에서 쌓아온 기술과 인력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여 필름제조의 주원료인 콜라겐을 노화방지 화장품을 만들어 재기에 성공한 일본 후지필름을 사례로 들었다.

이어 “사업이 어렵거나 전망이 불투명하다 하여 기존의 금융인들을 무조건 내보기보다는 첨단 IT 교육을 통해 혁신을 유도함으로써 가급적 끌어안고 가는 것이 바로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일 것”이라고 역설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 금융인은 종합적인 능력과 소양 필요

“금융의 목적도 결국 인간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냉철한 금융분야의 전문지식과 함께 인문, 사회, 철학적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하는 금융인이 많아져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정한 사람중심의 경제를 이룩해 나갈 수 있다.”

AI와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금융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금융인들도 보다 광범위한 분야의 지식을 종합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 원장은 강조했다.

이어 “인간이 AI가 가진 엄청난 분석능력을 따라갈 수 없지만, 결국 최종 의사결정은 인간이 할 수밖에 없다. 가령 AI가 내린 투자판단이 대부분 한쪽 방향의 쏠림현상으로 나타날 경우 최종 단계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결국 정책적 가치판단을 해야 하는 인간”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 금융인들이 과거 회계나 재무 등의 금융지식에만 편향돼선 안되고 기술지식은 물론 인문학적 소양까지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금융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사진=김창현 기자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사진=김창현 기자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1월 28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성근
최성근 skchoi77@mt.co.kr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심도깊은 분석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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