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부재' 삼성 조직개편…눈길 끄는 손영권·정현호

손영권 미국 삼성전략혁신센터장(왼쪽)과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장. /사진제공=삼성전자

22일 단행된 삼성전자 (75,500원 ▼600 -0.79%)의 조직개편에서 눈길을 끄는 인사 2명은 손영권 미국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사장과 정현호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장이다. 두사람은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측근으로 이번 조직개편으로 각각 삼성 전자계열사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전략 조율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삼성전자 공식발표에 따르면 손 사장은 앞으로 기존 DS(디바이스솔루션, 반도체·디스플레이)부문 M&A(인수·합병)와 벤처 인큐베이팅을 넘어 CE, IM부문까지 삼성전자의 전반적인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손 사장이 이끄는 삼성전략혁신센터를 DS부문 산하에서 전사 조직으로 분리시켰다. 사실상 이 부회장의 직속 조직으로 강화한 것이다.


손 사장의 역할 강화는 최근 5년여 동안 진행된 주요 전략 M&A 과정에서 입증된 손 사장의 노하우를 믿고 이 부회장이 직접 미래 먹거리 발굴의 지휘봉을 맡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자동차, AI(인공지능), 클라우드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은 경험을 갖춘 손 사장이 신사업 발굴의 최적임자라는 게 삼성 내부 평가다.

삼성전자는 2012년 8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조직인 삼성전략혁신센터를 설립하면서 새로운 IT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한 삼성의 '큰 그림'을 구상하는 전략 기지로 육성했다. 손 사장은 삼성전략혁신센터 설립 당시 센터장으로 영입돼 5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략혁신센터는 그동안 손 사장을 주축으로 비브랩스나 루프페이, 스마트싱스 등 주요 전략 M&A를 진두지휘했다. 비브랩스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AI 비서인 빅스비의 기초 기술을, 루프페이는 삼성페이의 원천기술을 제공한 곳이다. 이 부회장이 추진한 신사업 진출에서 최대 성과로 꼽히는 글로벌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주도한 곳도 삼성전략혁신센터다.


손 사장이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CEO 서밋'에서 "삼성은 이제 데이터 회사"라고 언급한 게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정현호 사장은 전자계열사의 협업을 조율하는 '설계사' 역할을 맡을 인사로 지목된다. 삼성에서 감사와 인사를 두루 거친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맡을 적임자로 복귀했다는 평가다. 정 사장은 미전실 인사지원팀장을 지내다 연초 미전실 해체와 함께 퇴직한 지 8개월 만에 복귀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조직개편과 보직인사 발표에서 '미전실 부활' 논란을 의식한 듯 사업지원TF 구성에 대해 함구했지만 옛 미전실 산하 7개 팀 가운데 전략·재무와 인사팀 인원을 중심으로 50~60명 규모의 조직을 꾸린 것으로 알려진다. 미전실 전략, 인사팀 출신 대다수가 사업지원TF로 배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지원TF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S·삼성SDI (407,000원 ▼14,500 -3.44%)·삼성전기 (143,200원 ▼1,700 -1.17%) 등 전자 계열사의 투자·전략·재무·인사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일각에선 지난달 권오현 회장의 DS부문장 용퇴 선언 이후 이어진 사장단 인사에서도 정 사장이 조정자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