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S홀딩스 사기 '무죄'가 웬말"…피해자·시민단체 반발 확산

뉴스1 제공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 회원들이 'IDS홀딩스 면책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7.11.22/뉴스1 © News1

IDS홀딩스 사기 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지점장 15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놓고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재판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담당 판사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IDS홀딩스 피해자연합회'는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월 투자금에서 5% 돈을 나눠 불법 수당을 챙긴 지점장에게 사기 고의성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일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이형주 판사는 사기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남모씨(46) 등 15명의 지점장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47) 밑에서 다단계 형태의 국내 지점들을 관할하며 1만명이 넘는 피해자에게 1조200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강연회 영상과 지점장 회의 녹취록 등 증거물을 봤을 때 이들이 김 대표를 상시로 만나긴 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알지 못하는 사업의 '실체'는 알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즉 지점장들이 사기행각임을 알면서도 투자유치를 벌였다는 고의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연합회는 김 대표 바로 아래서 수당을 챙기며 돈을 관리했던 지점장에게 고의성이 없다는 해석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범인 김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핵심 공범이 무죄란 사실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4년이란 기간 동안 지점장 한사람당 수백억, 수천억 투자금을 모았는데 사기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사법부가 사기꾼들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피고인들이 제출한 회의 녹취록도 2016년 6월에 녹음된 내용"이라며 "당시는 김 대표 등이 이미 고발당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시점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담당 판사를 상대로 청와대 등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판결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판결 직후 긴급논평을 내고 "황당한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 이르는 재판과정이 공정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20일 선고 공판 당시 갑작스럽게 증거조사 절차가 진행되는 바람에 정상적인 신문이 이뤄지지 못했고, 재판부가 검찰의 변론속개 신청도 묵살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동부지검도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무죄 판결은) 금융다단계 유사 사건들에 대한 대법원·하급심 판례 그리고 헌법재판소 결정례에 반한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IDS홀딩스 사기 사건은 피해 규모가 1조 넘는 유사수신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제2의 조희팔 사건'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들 지점장 앞서 구속기소된 김성훈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2년,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상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