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자신을 죽이며 입시 매진"…대학입시경쟁교육 폐지 목소리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투명가방끈 회원들이 23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News1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가 치러지는 23일 청소년활동가들로 구성된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투명가방끈)'이 학생들의 삶을 갉아먹고 과도한 경쟁으로 낙오자를 만든다며 대학입시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투명가방끈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사회는 학생들에게 스스로의 삶과 권리를 유예하기를 강요하고 있다"며 "경쟁하며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를 거부하고 서로를 보듬고 존중할 수 있는 교육을 원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투명가방끈에서 활동하는 공현씨는 "우리 사회는 열심히 해서 성공하면 된다고만 한다"며 "그렇게 해서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해도 용이 되지 못한 수많은 학생들의 존재는 지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쟁을 모토로 한 교육 체제가 아니라 학생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체제로 바꾸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성우군(18)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답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단지 나이가 됐다는 이유로 학교라는 경쟁의 장에 던져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군은 "제가 학교라는 공간에 들어오고 나서 변화한 것을 꼽자면 경쟁하는 법을 배운 것,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는 것"이라며 대학 입시 거부를 선언했다.

임혜민씨(20·여)도 "우리 사회는 이기는 삶만 강조한다"며 "삶의 과정에서 겪는 소소한 행복보다는 성공하는 삶을 위해 경쟁만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삶의 굴레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인가"고 반문했다.

사회적교육위원회가 2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News1

앞서 이날 오전 11시에도 입시경쟁교육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육대학생 연합 등 학생·학부모·교직원 단체로 구성된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사회적교육위원회)'는 수능절대평가와 대입자격고사, 대학평준화를 통해 입시경쟁교육을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학생들은 10여년 넘게 오로지 수능을 위해 정규수업,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등 반복적인 암기와 문제풀이의 고통을 견뎌왔다"며 "수많은 학생들이 성적비관과 학습 부담으로 삶을 꽃피우지 못하고 스러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준영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12년이 넘는 기간을 자신을 죽이는 법을 익히며 좋은 대학에 가려고 매진한다"며 "이렇게 아이들이 명문대에 가더라도 자신의 개성과 색깔을 갖는 인간으로 크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정부는 입시경쟁 체제를 폐지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교육단체, 교육주체, 교육전문가가 참여하는 대입정책포럼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사회적교육위원회는 이날 Δ수능시험 절대평가 전환·학생부종합전형 축소 Δ대입정책포럼 즉각 구성 Δ대학통합체제 구축 위한 국가교육회의·대학체제 개편 특별위원회 출범 Δ대입입학자격고사 도입 등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