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향하던 檢, 김관진 석방에 '급제동'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이기범 기자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68)이 구속적부심사를 통해 구속 11일 만에 석방되면서 군 정치공작의 정점으로 의심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76)을 향하던 검찰의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당초 이르면 다음달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직접조사에 나서려던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장관의 석방으로 수사 일정에 차질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무래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사 결정에 의해 석방된 경우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범죄사실에 관해 또 다시 체포 또는 구속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김 전 장관을 불구속 상태에서 추가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적부심사를 진행한 뒤 "범죄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며 석방을 명령했다. 앞서 이 법원은 지난 11일엔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결과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같은 법원에서 열하루 사이에 정반대 결정이 내려진 셈이다.

이에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전날밤 취재진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본 건에 대해 구속 이후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는데 석방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초 김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하고 이명박정부 청와대의 김태효 전 대외전략비서관(50)과 이동관 전 홍보수석(60)을 차례로 조사한 뒤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수순을 밟을 계획이었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장관은 19대 대선 전 군 사이버사령부에서 댓글공작 등을 수행한 요원들을 선발할 당시 이 전 대통령이 "우리편을 뽑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수사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이르면 다음달 중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었다. 검찰은 이전 정부에 대한 주요 '적폐청산' 수사를 올해 중 마무리하기로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의 석방으로 이 같은 수사 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김 전 비서관 등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잡힌 일정이 없고 당장 부르기로 확정된 사람도 없다"고 답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계획대로 올해 중 적폐청산 사건을 일단락짓는다면 수사가 이 전 대통령에까지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