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우려 속 '불수능'…국어·수학 어려웠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제주 중앙여고 마련된 시험장에서 한 수험생이 답안을 작성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진 발생 우려 속에 23일 치러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와 수학이 '불수능'으로 불렸던 지난해와 비슷하게 출제돼 상위권 수험생들의 변별력을 가르는 과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어와 수학은 9월 모의평가 때보다도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는 더 높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이준식 성균관대 교수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올해 수능은 고교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전년과 같은 출제기조를 유지했다"며 "학교 교육을 통해 학습된 능력 측정을 위해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했다"고 말했다.


◇ 국어, 교과서밖 지문 생소…환율 연계 문항에 당혹

국어는 지난해 수능과 비교할 때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입시전문가들은 독서 지문의 길이는 특별히 길어지지 않았지만 내용이 어려워 수험생들이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경제와 기술 제시문의 독해와 문제풀이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어려웠던 문제로는 12번과 14번, 21번, 41번 문항이 꼽혔다. 김용진 동대부고 교사는 "12번은 중세국어를 활용하는 문법문제라 학생들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14번 음운의 변동문제는 사전 국어 지식이 필요해 정답률이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영혜 서울과학고 교사는 "문학 21번은 이육사의 '강 건나간 노래'가 출제됐는데 이는 교과서에도 없고 EBS 연계도 아니다"라며 "이육사 시가 상징성이 강해 학생들이 시어 의미를 이해하는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통신시스템에서의 부호화에 대한 지문이 나온 41번과 '환율'과 관련된 제시문이 나온 29·30번도 어려웠던 문제로 꼽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국어는 전년도 수준으로 어렵게 출제됐다"며 "국어에서 변별력이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 수학, 작년만큼 어려워…변별력 갖춰

수학도 어렵게 출제됐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 지난해 수학 만점자 비율은 가형의 경우 0.07%, 나형은 0.15%로 최근 5년 간 수능 가운 가장 어려웠던 시험으로 평가됐다.

손태진 풍문고 교사는 "수험생들이 수학문제를 풀면서 지난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고 지난해 수능보다는 약간 어렵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묵 경신고 교사는 "국어와 마찬가지로 수학도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입시업체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수학 가형은 비슷하고, 나형은 다소 어려웠다"며 "국어에 이어 수학도 어려웠던 지난해 수준으로 나오면서 영어 절대평가에 따른 정시 변별력 저하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고난도 문제가 모두 신유형으로 출제됐다. 수학 가형은 20·21·30번, 나형은 21·30번이다.

◇ 영어, 올해 첫 절대평가…"변별력에 초점 안맞춰"

올해 처음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에 대해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절대평가 전환에 따른 변별력 약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때문에 다른 영역의 난이도를 조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능 출제위원장인 이 교수는 "영어 절대평가는 고교 영어과 교육과정 성취 달성도와 대학에서 수학하는 데 필요한 영어 사용 능력을 측정하는 목적과 사교육비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며 "이에 따라 특별히 1등급의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어 영역은 출제 범위를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해 출제했다"며 "영어가 절대평가가 됐다고 해서 특정 영역에 치중하거나 변별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고 과학탐구 영역도 기본적으로 예년과 큰 차이가 없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우려됐던 큰 지진은 수능 도중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수능은 지난 15일 경북 포항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애초 예정일(16일)보다 1주일 미뤄져 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