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안일한 대응 사태 키웠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 의혹에 대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주무부처의 장관으로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미수습자 가족 분들과 유가족분들, 그리고 모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모든 사실을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소상히 국민들 앞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2017.1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해양수산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17일 세월호에서 유골을 발견했음에도 이를 5일이나 미수습자 가족, 유가족 등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은 "미수습자 합동 추모식을 하루 앞둔 가족들에게 이를 알릴 경우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수습본부 고위 관계자의 안일한 판단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일 현장수습본부로 부터 사건 전모를 보고받은 김영춘 해수부장관이 "선체조사위원회와 미수습자 가족, 유가족 등에게 이를 즉각 알려라"고 지시했지만 이 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춘 장관은 23일 오후 4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유골 은폐의혹'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철조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장, 김현태 부본부장 등 관계자를 상대로 한 1차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또 '유골 은폐의혹'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국민께 사과했다.

이날 발표된 감사결과를 보면,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가 처음 발견된 건 지난 17일 오전 11시20분쯤 이었다. 세월호 선체 야적장 '가' 구역에 모아두었던 지장물(천장 및 바닥재 등 혼합물)을 분류하던 코리아살배지 소속 작업자 박모씨(60·여)가 이를 발견했다.

유골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보고계통을 거쳐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에 전달됐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현장수습본부는 이 사실을 해수부는 물론 선체조사위원회, 미수습자 가족 및 유가족에게 알려야 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절차는 작동되지 않았다. 미수습자 5명에 대한 합동추모식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를 공개하는 게 바람직 하냐에 대한 현장수습본부 관계자들의 안일한 판단 때문이었다.

해수부 1차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상황은 이랬다. 김현태 부본부장은 17일 오후 1시 30분쯤 현장수습반장 김모 과장으로부터 유골 발굴사실을 보고 받았다. 김 부본부장은 그러나 "미수습자 가족들이 심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추모식과 장례식 일정에 차질이 생길수 있는 만큼 발인 및 삼우제 이후에 유해발굴사실을 알리는 게 낫다"며 이를 가족들에 알리지 말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김 부본부장은 이런 상황을 이철조 본부장과도 사전 협의했다. 이 본부장도 김씨의 의견에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이와 관련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이를 통보했을 때 장례식을 앞두고 심리상태가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어떤 충격이 가중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현장 가족들의 심리상태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 부본부장의 종합적인 판단을 존중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골이 선내 객실구역에서 발견된 것도 이들의 안일한 판단을 부추겼다. 현장수습본부 관계자는 "그동안 객실에서 발견된 유골은 단원고 조은화양, 허다윤양과 이영숙씨 등 3명의 것 이었다"며 "같은 객실에서 유골이 발견되다 보니 이 뼈가 다른 사람의 유골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영춘 장관에 대한 보고는 미수습자 합동추모식과 3일장이 끝난 지난 20일 오후 5시쯤 이루어 졌다. 김 장관은 당시 "장례식이 중간에 있었던 2~3일간의 시간은 그랬다 치고 지금이라도 선체조사위원회와 가족들에게 통보를 하고 공개하는 절차를 밟아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춘 해수부장관은 "세월호 수습을 주관하는 주무부처의 장관으로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미수습자 가족 분들과 유가족 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과 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 뒤 임명권자와 국민 뜻에 따라 진퇴를 결정하겠다.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