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발행어음 금리 연 2.3%…은행과 정면승부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다음 주부터 초대형IB(투자은행) 핵심업무인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하는 가운데 공격적인 금리를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증권사 어음 시장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원금을 보장하는 은행예금 상품과의 수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4일 자산부채관리위원회(ALCO)를 열어 1년 만기 발행어음 수익률을 2.3%로 확정했다. 발행어음 금리를 당초 예상됐던 1% 후반대보다 높여 공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연 1% 후반대인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과 연 1% 초반대인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투증권은 오는 27일부터 전국 지점에서 일제히 발행어음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IB 지정과 함께 업계 최초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았다.

증권사 발행어음은 가입 시점에 이자가 확정되는 약정수익률 1년 만기 상품이다. 중도 해지도 가능하다. 당국은 대형 증권사의 초대형IB 육성을 위해 4조원 이상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 중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에 한해 발행을 허용했다.

한투증권의 공격적인 금리 책정은 증권사 발행어음 시장선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평가된다. 당분간 발행어음 업무를 독식하면서 고금리 수신상품을 무기로 투자자들을 대거 끌어들이려는 포석이다. 한투증권이 올 들어 수신확대 일환으로 금리를 기존보다 두 배 정도 높인 연 3%대 고금리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를 내놓고 공격적인 투자자 유치에 나선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한투증권은 증권사 발행어음의 최대 경쟁자인 은행 예금을 의식해 고금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증권사 발행어음이 법적으로 원금을 보장하지 않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원금과 이자가 보호되는 은행 예금에 비해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금리 책정 과정에서 은행 수신상품보다 최대한 높은 금리를 부여해야 경쟁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내년 은행 예금금리 상승세를 반영해 증권사 발행어음 금리가 2% 중후반 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 예금금리가 1% 중반 수준에서 1% 후반까지 상승했다"며 "시중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단기적으로 어음 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