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코스닥 10년만에 800 넘었다

코스닥 시장이 24일 드디어 800선을 넘었다.

코스닥 지수는 오전 한때 803.16를 찍으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코스닥 지수가 장중 800선을 넘은 것은 지난 2007년11월7일(장중 고점 809.29)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지수가 지난 3일 종가 기준으로 700선을 돌파한 지 한달도 안돼 100포인트 껑충 뛴 것이다. 정부 정책과 수급, 실적 등 3박자가 척척 맞아 들어가며 빚어진 결과지만 코스닥 일부 제약, 바이오 업종의 쏠림현상 심화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책·수급·실적 '모든 날이 좋았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연초대비 전일까지 26.07% 상승,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25.22%를 따라잡았다. 10월말까지 코스피 상승률이 24.54%로 코스닥 9.83%의 2배 이상이었던 것에 고려하면 11월 이후 가파른 코스닥 상승세에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만도 하다.

기술주 중심의 시장 강세는 전세계적으로 공통의 현상이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연초대비 26.49% 상승,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상승률 18.33%를 추월했다. 코스닥 시장이 2015년 이후 주요 글로벌 중소형주 지수 강세 행렬에 홀로 소외돼 있었다는 점에서 한번 탄력을 받은 코스닥 지수의 상승폭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닥 상승에 불을 지핀 것은 우선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의지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공동 발표하면서 코스닥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연일 코스닥 활성화와 기관자금 유입 등을 강조하면서 코스닥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22일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계획을 논의한 적 없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한번 달궈진 코스닥 상승세를 가라 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내달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코스닥 우량주를 섞은 새로운 지수 발표를 앞두고 코스닥 시총 상위종목 위주인 코스닥150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수급이 뒷받침됐다. 이달 들어 기관과 외국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1조2352억원, 4977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연초 이후 10월말까지 4조889억원을 순매도했던 기관의 변심은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최근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 실적이 있는 계좌를 의미하는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를 포함해 코스닥 거래대금, 빚내서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액 등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실적도 코스닥 황소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18년, 2019년 코스닥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각각 27.8%, 20.5%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이익 증가율 전망치 각각 13.2%, 6.4%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코스피의 사상 최대 이익경신을 가능했던 이익률 개선이 2017년을 기점으로 둔화된 요인이 가장 크다.

더욱이 원/달러 환율 하락과 제이노믹스의 내수 활성화로 내년 상반기 내수주의 이익호조가 예상된다는 점은 내년 코스닥 전망을 더 밝게 비추고 있다.

코스닥이 연초대비 고점까지 57% 올라 코스피 9% 상승과 대조를 이뤘던 2014~2015년에도 내수 소비재 업종의 강세가 뚜렷했다. 2014년초 글로벌 경기가 정점에 도달한 후 식으면서 경기에 민감한 자본재 업종보다 내수 소비 업종의 이익 개선이 부각됐기 때문인데 올해와 내년 이와 비슷한 모습을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PI본부장은 “역사적으로도 역대 대통령 취임 후 2~3년차 코스닥 수익률이 더 좋은데 이는 새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단기간에 급히 올라 버블 우려도 있지만 조정 뒤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라젠·티슈진 적자 지속에도 주가는 쑥쑥=다만 코스닥 시장의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제약 바이오주는 셀트리온 (177,400원 ▼2,100 -1.17%)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티슈진 등 7개에 달한다. 바이오주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의 성장성이 더 주목받기 마련이다.

이달 들어서만 84.15% 급등한 신라젠 (4,565원 ▼45 -0.98%)은 올 3분기에도 13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 6일 상장해 단박에 코스닥 시총 4위를 꿰찬 티슈진의 경우도 2020년까지 영업손실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의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SK하이닉스 (170,600원 ▼9,200 -5.12%)가 반도체 호황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시장 상승을 주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신라젠의 이달 회전율은 170.84%로 같은 기간 코스닥 코스피 회전율 각각 38.19%, 13.97%를 크게 앞지른다. 투자 보다 투기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바이오 일부 종목에 집중된 매수세로 코스닥이 단기간에 급등했는데 이는 장기적인 투자를 생각하는 건전한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을 오히려 막을 수 있다”며 “확실한 것은 시장 전체적으로 위험선호 심리 자체가 확산됐다는 것인데 내년에도 코스닥 중소형주 등으로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