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점 긴줄은 어디로…모바일시대 美블프 풍경도 달라졌다(종합)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지난 2012년 11월 22일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을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23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뉴저지주 클로스터에 위치한 대형할인점 타깃 매장. 이날 6시부터 블랙프라이데이 쇼핑객을 선점하기 위해 문을 열었지만, 매장은 한산했다.

#23일(현지시간) 추수감사절 저녁 미국 뉴저지주 클로스터 상업지구에 위치한 대형 할인점 타깃. 블랙프라이데이 쇼핑객들을 선점하기 위해 이날 오후 6시부터 문을 열었지만, 넓은 매장에 고객들은 겨우 20여명 남짓. 뜨거운 연말 쇼핑 열기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삼성 50인치 UHD TV를 270달러 할인된 479.99달러에, 삼성 갤럭시노트8 삼성 갤럭시S8 등 주요 스마트폰을 2년 약정으로 가입할 경우 300달러 기프트카드를 제공하는 전자제품 코너에만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미국의 연중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 풍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베스트바이, 월마트 등 대형 할인점이나 유통점 앞의 긴 줄은 사라지고, 편안하게 집에서 온라인으로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이날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24일 블랙프라이데이로 이어지는 연말 쇼핑시즌의 막이 올랐지만, 예전처럼 추수감사절 한정상품을 사기 위해 매장 앞에 밤새 줄을 섰다가 문이 열리는 순간 일제히 필요한 물건을 향해 달려가는 이른바 ‘도어버스터’(Door Buster)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다수 미국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추수감사절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칠면조 요리를 먹은 다음 연말 쇼핑을 위해 대형할인점이나 쇼핑몰을 찾질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집에서 편안하게 PC,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미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앨러배마주에 사는 데이비드 맥콤즈는 지난 10년간 추수감사절마다 베스트바이 주차장에서 진을 쳤다. 매년 그와 친구들은 연말 쇼핑시즌의 공식적인 시작을 기다리며 때론 일주일 전부터 도어버스터 상품을 손에 넣기 위해 미리 자리를 잡았고 텐트도 설치했다. 저녁엔 침낭에서 잠을 잤다.

하지만 맥콤즈가 이용하는 베스트바이 매장은 올가을 문을 닫았다. 아마존의 성장 등으로 온라인 쇼핑이 급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점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문을 닫는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만 7000개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맥콤즈는 지난 10년과 달리 올해는 온라인 쇼핑에 동참할 예정이다. 맥콤즈는 “블랙프라이데가 빛을 잃었다”며 “지금은 온라인에서 모든 것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블랙플라이데이도 할인판매일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타깃, 메이시스, 베스트바이 등 대형 소매점들은 여전히 추수감사절 도어버스터를 실시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2주 전인 지난 9일부터 온라인에서 가전제품 등에 대한 대대적인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판매를 시작했다. 의류소매점인 올드네이비도 22일부터 50% 온라인 할인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연말 쇼핑시즌에 온라인 판매액은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08조6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미 언론은 추산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PWC에 따르면 미국인 13%만이 추수감사절에 쇼핑을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 갈 예정이며, 28%는 온라인을 이용할 계획이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판매액이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첫 월요일에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사이버먼데이’를 넘어설 정도다. 세일즈포스닷컴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지난해 사이버먼데이보다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쇼핑에 19%나 더 많은 돈을 썼다.

또한 전미소매협회(NRF)에 따르면 지난해 추수감사절 주말에 약 1억900만명이 온라인 쇼핑을 했고, 9900만명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았다. 특히 온라인 쇼핑 중에서도 모바일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아마존 쇼핑객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기기를 이용했다고 세일즈포스닷컴은 분석했다.

마크 코헨 콜롬비아대 교수는 “솔직히 블랙프라이데이는 의미가 없어졌다”며 “소매점들은 미리 몇 주전부터 할인판매를 할 정도로 절박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