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현실화…노사 시각차, 넘어야할 산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제9차 전체회의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논의를 위해 홍영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최대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여야가 의견접근을 이루면서 기업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여야 간사 간의 합의안만 놓고 보면 최악은 면했다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한 임금 체계와 인사 관리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68→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재계 "최악은 면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는 근로시간 단축을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기업은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이후 1년6개월 단위로 단계적 시행)하고, 휴일수당은 현 할증률을 유지해 통상임금의 200%가 아닌 150%만 지급하도록 의견을 모았다.


야당이 근로시간 단축 시행 시기를 양보한 대신 휴일수당 할증률은 야당 요구를 여당이 수용한 셈이다. 하지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일부 의원이 반대하면서 최종합의에는 실패했다. 여야는 오는 28일 소위를 다시 열기로 했다.

최종합의에는 실패했지만 의견 접근을 이룬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공공기관에 300인이상 기업에 한정됐지만 시행시기를 내년 7월 1일로 잡은 것은 근로시간 단축이 가까이 왔음을 의미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아직 최종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중복할증의 부담을 덜었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며 "다만 특별연장근로 등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빠진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특별연장근로는 일감이 많아질 경우 노사가 합의 하에 주당 8시간 추가 근로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당장 내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의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것도 큰 부담이 없다는 의견이다. 이미 대기업들은 대부분 주당 근무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는다.

◇문제는 노사합의, 성과와 임금 보전에 시각차= 여야가 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임금 수준과 체계는 결국 노사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사간 합의가 반드시 뒤따라야 근로시간 단축이 온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기업의 성과와 근로자의 소득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노사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우선 재계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전체적인 임금도 줄이거나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이에 기존의 호봉제에서 벗어나 생산성과 임금을 연동시킬 수 있는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임금총액이 보전되고 근로강도 조정이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한다. 특히 휴일근로가 제한될 경우 월 평균 임금은 13.1%, 연간급여는 466만원이 감소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노동계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노사 관계의 악화요인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국회 환노위 소위 합의 불발이 휴일 중복할증(200%)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는 민감한 부분이다. 실제 2004년 주 40시간 제도가 도입될 당시 노동계는 임금총액 보전, 근로강도 조정 반대 등을 앞세워 강한 투쟁을 벌였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한 교대제 재설계, 휴일근로 및 휴게시간 조정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생산성 보존과 임금 유지 사이에서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