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댓글공작' 김관진 이어 임관빈도 석방…MB 수사 '흔들'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이유지 기자 =

군(軍)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명박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됐던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김관진 전 장관에 이어 13일 만에 석방됐다. 이에 따라 '최종 지시자'인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윗선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신광렬)는 24일 "일부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증인 등 사건 관계인에게 위해를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임 전 실장을 석방했다.


검찰은 사이버사 수사의 핵심 관계자인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해 정치공작 관련 청와대 관계자의 가담 여부와 최종 지시자로 지목되는 이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 등 사건의 전모를 파헤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법원의 구속적부심사 인용으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되면서 이 전 대통령을 향하던 수사의 길목이 막히고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

검찰은 당시 사이버사 댓글공작을 직접 지휘했던 임 전 실장과 국방부내 최고위 결정자였던 김 전 장관을 이 전 대통령과의 거리를 좁힐 단서를 얻을 수 있는 핵심 인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은 임 전 실장의 경우 김 전 장관에 비해 혐의를 좀 더 인정해 보증금 1000만원을 납입하는 조건으로 석방하는 '기소 전 보석' 제도를 적용했다.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5항은 구속 자체는 상당하지만 구속적부심사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증거인멸이나 피해자 등에 대한 가해 염려가 없을 경우 보증금 납입을 조건으로 석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앞서 법원이 김 전 장관에 대해 "위법한 지시 및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변소내용 등에 비춰 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혐의 입증이 부족했다는 취지의 석방 이유를 내놓은 것과 대비된다.

그럼에도 법원이 임 전 실장에 대해 '일부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부분은 향후 검찰 수사의 숙제로 남았다.

앞서 검찰은 임 전 실장을 사이버사령부를 지휘하면서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해 정치관여 활동에 적극 가담하고 연제욱 전 국군 사이버사령관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했다.

윗선의 지시로 김 전 장관이 임 전 장관과 2010~2012년 사이버사령부 산하 530심리전단의 댓글공작 활동을 총 지휘해 친정부 여론을 형성하고, 연 전 사령관 등에게 여권 지지· 야권 비난 사이버 정치관여 활동을 지시했다고 파악한 것이다.

실제로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의 조사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확인하며 한 계단씩 오르던 검찰이 이들의 신병을 놓치게 되면서 말 맞추기와 증거인멸 등 수사방해가 이뤄질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이버사 활동 내역, 인력 증원, 신원조회 기준 강화 등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2년 3월10일자 '사이버사 관련 BH(청와대) 협조 회의 결과' 등 김 전 장관이 결재한 문건에서는 사이버사 군무원 증원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이라는 언급이 등장하는 등 이 전 대통령 관련 직접 지시·보고 정황이 담긴 문건들도 나왔다.

또한 검찰은 실제로 김 전 장관이 구속되기 전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도 포착한 바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23일 "김 전 장관이 이 사건과 관련된 중요 참고인과 접촉한 사실을 확인,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사이버사 댓글공작의 전모를 밝힐 핵심 간부들의 신병을 놓아주게 되면서 이 전 대통령을 향해 가던 검찰의 칼끝도 주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향후 이들을 다시 소환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윗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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