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1위' 마포대교에서 발길 돌린 비결은

서울 마포대교. 1.5m 높이의 기존 난간에 더해 1m 높이의 난간이 추가적으로 설치돼 있다. /사진=박치현 기자

서울 마포대교가 ‘투신 1위 다리’의 오명을 조금씩 벗고 있다. 지난해 말 다리 난간을 높인 뒤 투신 시도자 수가 줄어들어서다. 마포대교처럼 난간 구조를 바꿔 자살을 막자는 목소리가 확산 되고 있다.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10월말 기준) 마포대교 투신 시도자 수는 150명으로 지난해(211명)에 비해 감소세가 뚜렷하다. 올해 서울 전체 대교 투신 시도자 수도 479명으로 지난해(506명)에 비해 줄었다.

마포대교는 그동안 한강에 투신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로 꼽혔다. 투신 시도자 수는 △2014년 184명(396명·이하 전체 한강 투신시도자) △2015명 202명(543명) △2016년 211명(506명)에 달했다. 한강다리에서 투신을 시도하는 사람 10명 중 4명가량이 마포대교를 찾은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마포대교에서의 투신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2011년 자살방지상담용 ‘SOS 생명의 전화’를 설치하고 2012년 난간에 ‘희망의 메시지’를 적어넣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그러자 지난해 12월 마포대교 난간을 1.5m에서 2.5m로 높였다. 투신 시도자가 아예 붙잡고 올라가기 어렵도록 난간 맨 윗부분에 롤러도 설치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구조 현장에서는 마포대교의 난간 구조 변경이 투신 방지 효과를 일으켰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관계자는 “추가 난간 설치 전보다 투신 신고 건수는 분명히 줄었다”며 “마포대교에서 투신을 시도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관계자 역시 “투신 신고 건수가 줄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며 “여성이나 노인의 경우 난간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상당히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포대교처럼 다른 다리도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용강지구대 관계자는 “비용이나 미관상 모든 다리에 설치할 수는 없어도 투신자가 많이 발생하는 곳에 확대 설치하면 자살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마포대교가 투신이 어려워지자 다른 다리에 투신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투신 시도자가 각각 2, 3번째로 많은 한강대교와 양화대교 자살 시도 건수는 10월 말 현재 이미 지난해 전체 숫자를 넘어섰다. 한강대교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올해 67명으로 지난해 수치(42명)를 훌쩍 넘어섰다. 양화대교도 34명으로 지난해(22명)보다 급증했다.

서울 마포대교의 난간 끝에 달린 롤러. 잡으면 돌아가서 쉽게 잡고 올라갈 수 없게 돼 있다. /사진=박치현 기자

물론 난간을 높이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살에는 의지가 개입되는 만큼 다리 투신이 어려워지면 다른 장소나 수단을 택할 수도 있다. 높아진 난간이 투신자를 구조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마포대교 난간 구조 변경이 아직 만 1년도 지나지 않아 (방지효과를) 결론 짓기에는 이르다”며 “마포대교 난간이 투신 시도를 막는 데 효과적인지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다리에 난간을 높이는 등 물리적 조치뿐 아니라 근본적인 자살예방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은 “물리적 접근을 제한하는 건 자살예방에 효과가 있다”며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자살을 근본적으로 일으키는 사회환경을 바꾸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위험 시도자에 대한 조기발견이나 추적시스템 등 시도자가 다른 수단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이 큰 예산을 들여 자살률을 낮춘 전례에서 보듯 자살은 복지 정책으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 최근 자살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는 실험에 나섰다. 투신자의 자살 선택에 대한 근본 원인을 찾고 상황에 맞는 복지서비스를 찾아 연계해주는 체계를 구축하고 나섰다.

수난구조대가 자살 구조자를 경찰서로 인계하기 전 이름 및 전화번호, 동의서 등 신원 정보를 확보하는 즉시 이를 복지·구호담당자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담당자가 전화·방문 상담을 통해 자살 시도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생계·주거·의료·교육 지원과 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 등 복지 서비스를 제공, 자살 원인을 해결하는 한편 재기의 희망을 주는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