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흥도 낚싯배 침몰…흐린날씨·낮은수온 등 인명피해 키워

3일 오전 6시12분께 인천 영흥도 앞 해상에서 22명이 탄 낚싯배가 전복됐다. 사고선박 주변에서 해경이 헬기와 구조선을 이용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낚싯배는 급유선과 충돌 후 전복됐다. /사진=인천해양경찰서 제공

인천 영흥대교 연안해안에서 3일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 전복돼 1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15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던 2015년 9월 제주 추자도 해역의 돌고래호(9.77톤) 전복 사건 이후 최악의 낚시 어선 사고다.

탑승자 전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사고 후 30여분 만에 구조가 진행됐지만 흐린 날씨와 강한 바람·조류, 낮은 수온 등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컸다는 분석이다.


인천해양경찰서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9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해리 해상에서 낚시어선 선창1호(9.77톤급)가 급유선 명진 15호(336톤급)과 충돌해 전복됐다. 이 사고로 선장 오모(70)씨는 실종됐고 선원 이모(40)씨는 사망했다. 생존자는 모두 7명이다. 사망자들은 시화병원, 센트럴병원, 고대 안산병원 등지에 각각 안치됐다.

사고가 난 선창1호는 오전 6시 영흥도 진두항에서 출항했다가 9분 만에 사고를 당했다. 합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영업 중이었고 출항도 정상적인 신고를 거쳤다.사고 해역 일대는 낚시객이 몰리는 탓에 낚시어선 등의 운항이 빈번한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급유선, 어선 등 선박의 통행량이 많고 물살이 강한 곳으로 꼽힌다.
해경 구조요원들은 사고 발생 이후 33분만인 오전 6시42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선창1호와 충돌했던 급유선 명진15호도 구조대원 도착 전 구조작업을 펼쳐 바다에 빠져 표류하던 4명을 구했다. 사고 직후 빠져나오지 못하고 전복된 선박에 갇혀 있던 생존자 중 1명이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했고, 구조대와 수시 연락을 한 끝에 밖으로 빠져나왔다.


해경은 사고 당시 승객 전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했지만 흐린 날씨와 강풍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인천지역 일출 시간이 오전 7시31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야는 더욱 나빴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초당 8~12m의 강풍이 불었고 파고는 1~1.5m였다. 시정거리는 약 1마일(1.6km)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해경청은 이처럼 기상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영흥대교 아래 좁은 수로를 통과하다 급유선과 충돌한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충돌 후 미처 손 쓸 겨를도 없이 배가 뒤집혀 승객들이 제때 대피하지도 못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실제 탑승객 중 13명이 전복된 이후에도 선체에 있고 나머지 7명은 표류했다. 섭씨 10도씨 미만의 낮은 수온 역시 사망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당국은 해경 31척, 해군 16척, 민간어선 13척, 유관기관 3척 등 함정 63척과 헬기 11대를 동원해 구조작업을 펼쳤다. 오후 1시 현장에 크레인 바지선이 도착해 전복된 낚싯배의 인양하고 선내를 집중 수색했지만 오후 5시 현재까지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과 해수부는 나머지 실종자 2명을 찾는 데 우선 집중하고 추후 중앙안전해양심판원, 해경 조사 등을 거쳐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피해현황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사고와 관련해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사망자 가족에게 위로의 마음을 표했다.

이 총리는 “지금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실종자 두 분을 수색하는 것”이라며 “사망자 사후 절차를 지원하는 문제, 유가족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도 차질이 없게 대처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3일 오전 6시12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인근 남방 5마일 해상에서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사진제공=뉴시스